이 기사는 2015년 12월 24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고객들이 은행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한 시중은행 스마트금융 담당자의 말이다.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 제휴 등을 통해 기존 사업과 ICT기술의 접목을 꾀하고 있다.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니 어떻냐는 물음에 그는 '생존의 위협'을 논하고 나섰다.
핀테크 기업을 만나면 만날 수록 '은행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생긴다고 한다.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웃으며 넘겼지만 곱씹을 수록 그의 절박함은 엄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핀테크라는 단어가 빠른 속도로 금융산업의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본질은 간접중개다. 한쪽에서 돈을 맡기면, 돈이 필요한 곳에 이를 빌려주며 중간자 역할을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중개비용은 은행 수익의 원천이다.
반면 핀테크의 본질은 직접중개에 가깝다. 일례로 금융소비자 개개인이 서로 자금을 직접중개하는 P2P대출 기술은 은행을 통한 기존 금융거래 메커니즘을 깨고 있다. 은행이 담당하던 중간자 역할은 알고리즘 등 기술이 대체한다. 지급결제 등 분야의 대체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은행의 존재가치가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최근 은행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써니뱅크, 헬로 i-ONE, 아이M뱅크 등 모바일뱅크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존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 편의성으로 무장해 역설적으로 '기술발달'에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올해 각 은행 CEO들의 신년사에는 어김없이 핀테크의 발달로 인한 경쟁환경 직면이 화두 중 하나로 제시됐다. 지난 1년간의 성장속도로 보면 내년 신년사에서는 더욱 큰 경쟁요소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경쟁요소가 많아지고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은행업은 가장 오래된 업종 중 하나다. 생존의 위협에 직면할 때마다 적절한 혁신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큰 도약이나 혁신은 '절박함'에 기초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당장 핀테크의 발달로 은행권이 절박한 처지에 빠져 있다면 그만큼 혁신적인 무언가가 나올 개연성도 더 커진다. 핀테크의 등장이 은행산업을 질적으로 얼마나 더 도약하게 만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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