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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철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빛바랜 IPO 훈풍 투자자, 美 금리인상 등 저수익 우려…거래소, 상장 유도 무리수 '역풍'

김시목 기자공개 2015-12-30 15:46:41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9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장 준비기업들의 공모철회가 이어졌다. 지난 2009년 이후 단 한 건에 그쳤던 코스피 시장의 공모철회 기업은 올해만 3건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8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5년만의 중국기업 상장으로 이목이 집중된 차이나크리스탈도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며 계획을 전면 연기했다. 공모철회 기업은 모두 지난 9월 이후 쏟아졌다.

하반기 공모주 시장 한파는 매년 반복되는 연말 (IPO 공모기업) 쏠림현상에 더해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 컸다. 실제 상반기 주식발행 시장에서 두둑한 실적을 올린 기관투자자들은 연말로 갈수록 미국발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를 이유로 지갑을 닫았다. 상장 기업 늘리기에 급급한 거래소가 무리수 전략을 펼친 것도 공모주 시장 침체를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 올 9월이후에만 공모철회 11건...빛바랜 IPO 시장

29일 한국거래소(KRX)와 머니투데이 더벨에 따르면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발행사들이 공모 절차에 착수한 이후 이를 철회한 경우는 총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건) 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동시에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모철회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모 철회를 결정한 곳은 서울바이오시스, 태진인터내셔날, KIS정보통신 3건이었다. 공모 철회 이후 재차 상장작업을 마친 세진중공업을 포함할 경우 총 4건에 달한다. 모두 수요예측에 참패하면서 계획을 접었다. 지난해 1건에 불과했던 공모철회가 크게 불어난 셈이다.

코스닥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건 가운데 스팩(SPAC)은 단 한 건에 그쳤고 나머지 7건이 모두 일반 기업이었다. 아이엠텍, 큐리언트, 엘피케이 등의 기업이 공모 계획을 접고 향후를 기약하기로 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 공모 철회 건수는 스팩 1건을 포함해 단 2건에 그쳤다.

이는 상장 기업이 대폭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28일 기준 116건(코스피 16건, 코스닥 100건)의 기업이 상장을 완료하면서 지난해(73건) 대비 6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 철회 사례가 단 2건에 그쳤던 2013년 역시 상장기업은 41곳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장 기업수가 증가하게 되면 이에 비례해 공모철회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올해 9월 이후 상당수 기업의 공모 절차가 몰리면서 모두가 윈윈하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증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수익률 악화 탓 '지갑 닫기'...거래소 자충수도 한몫

하지만 공모철회 사례가 늘어난 원인을 단순히 급증한 상장 기업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까지 IPO 시장 활황으로 짭잘한 수익을 올린 기관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 유지를 위해 지갑을 닫으면서 공모주 수급 불일치 상황이 심해진 게 더 결정적 원인이란 설명이다.

특히 더블유게임즈의 사례는 기관들의 소극적 행보를 부추겼다. 지난 10월 수요예측을 실시한 더블유게임즈는 무려 4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밴드 상단(6만 1000원)을 훌쩍 뛰어 넘는 6만 5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후 5만 원대로 추락한 이후 최근 4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IB 관계자는 "과도한 공모가 산정은 기관투자자들이 더이상 추가 투자에 나설 명분을 떨어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이전까지 괜찮은 수익을 올리던 기관들이 구태여 시장이 흔들린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저수익을 감수하며 들어올 명분은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연말 미국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외면이 줄을 이었다. 4분기 초반만 하더라도 바이오·제약을 제외한 업종에 대한 침체가 심했다면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업종에 상관없이 기관들의 '지갑 닫기'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무차별적 상장 기업 늘리기도 역풍의 한 배경으로 지목했다. 당초 170개 목표에서 220개로 늘려잡은 거래소는 상장 기업을 늘리기 위해 증권사 IB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 패스트트랙(간소화절차)급 심사기간을 적용하는 등 행보를 가속화했다.

시장 관계자는 "IB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상장 활성화 정책을 기본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아쉬웠다"며 "연말 막판 이 같은 침체를 감안해 거래소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한때 220개까지 외쳤던 목표치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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