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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자금줄' 어디서 꼬였나 단기차입 5600억 담보 제공, '2000억' 미스매칭 미스터리

길진홍 기자공개 2016-01-11 08:23:2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가운데 자금운용의 미스매칭이 불거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율협약 신청에도 불구 재무제표상 부족 자금이 발생할 만한 구체적인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금융기관 공동의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금명간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개최해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금융회사 100%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으로 이뤄져 있다. 2금융권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는 2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채권단 동의로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한진중공업은 채무 상환이 유예되고, 운영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유동성 고갈로 약 2000억 원의 운영자금 부족분이 발생했으며, 채권단 지원과 병행해 중장기간 인천 율도 부지 등 핵심 부동산 담보와 처분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차입금 만기 현황과 부족 자금 발생 경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산업은행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인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그간 국책은행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첩하게 금융권 익스포저와 자금 고갈 배경 등을 밝힌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진중공업이 특히 그 동안 부동산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해온 점을 생각하면 이번 자율협약 신청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들어서만 3700억 원가량의 공모사채를 상환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장부에 기재된 한진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5605억 원이다.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1651억 원이다.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단기차입금의 규모가 3954억 원에 달한다. 단기차입금 대부분이 핵심 부동산을 담보로 조달한 것으로 만기 연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 7일 만기 도래한 건설공제조합 대출금 600억 원의 경우 율도 부지를 담보로 제공됐으며 이날 연장이 이뤄졌다.

장기차입금으로 분류된 산업은행 보유 사모사채 3410억 원도 만기가 내년 2월로 잡혀있다. 외견상 자금운용의 미스매칭이 불거진 만한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과 어음 결제 만기가 몰리면서 위기가 불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2015년 9월 기준 3294억 원의 매입채무를 안고 있다. 여기에는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 Inc)에 갚아야 하는 채무 1353억 원이 포함돼 있다.

일시에 어음결제가 몰릴 경우 보유 현금으로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다만 매입채무 대부분이 장기간 하도급업체와 거래에서 비롯됐고, 적지 않은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감안할 때 유동성 위기의 주범으로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 위기를 불러온 미청구공사대금도 290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헤비테일 방식으로 건조되는 선박의 양도 지연 등 이벤트도 벌어지지 않았다. 한진중공업 유동성 위기를 몰고 온 주범은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약이 본격화된 이후에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조선해운 업황이 좋지 않고,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당국과 사전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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