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신용등급 하락 기조 지속" 한기평, "산업 신용위험 전반적 상승…등급 하향 강도는 완화"
김병윤 기자공개 2016-01-21 08:30:0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0일 1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산업과 대기업의 신용도 하락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하락 강도는 전년 대비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신용등급 하향이 우량기업 위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돼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한국기업평가는 20일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2016년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마재열 한기평 기업본부장은 "지난해 큰 부진을 겪은 산업군들이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연초 부정적 산업전망 수가 전년 대비 감소하고, 대부분 산업들이 안정적 등급전망에 분포돼 신용등급 하락 정도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과 어닝 쇼크 등을 반영했고, 최근 재무구조 개선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평은 올해 산업별 신용등급 전망에서 해운·건설·발전·조선·호텔 등 5개 업종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연초 대비 두 개 감소했다. 5개 산업군을 제외한 모든 업종은 '안정적' 등급전망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긍정적' 등급전망이 부여된 산업은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별 등급전망(와치(watch)포함) 현황을 보면, '긍적적' 전망이 붙은 곳은 15개사였다. 이에 반해 '부정적' 등급전망은 그 두 배 정도인 28개사에 붙여졌다. 하지만 올해 긍정적 전망 업체 수가 증가해 등급전망 상승/하락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부정적 전망의 주요인은 실적 우려였고, 인수·합병 등 비경상 요인이 긍정적 전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종별 등급전망을 보면 조선·건설·전력 등이 부정적인 반면 의류와 자동차 부품은 긍정적이었다. 신용등급별로는 A급은 부정적 등급전망이 우위인 반면 BBB급은 긍정적 등급전망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이었다. 계열별로는 기계·플랜트·발전 등의 비중이 높은 두산, 현대중공업, GS의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한기평은 또 올해 대부분 산업군이 중립적이거나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부정적 등급전망 업종 중 호텔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와 화섬 그리고 내수 산업 중 의류, 주류 등도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예상됐다. 업종 중 항공업만이 우호적인 사업환경으로 전망됐다.
마 본부장은 "항공 산업은 저유가 등 긍정적인 요인과 노선 확충·운임 인상 등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평균 수준 대비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차입금이 증가해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태"라며 "하지만 지난해 항공사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점을 반영해 현재 등급에서 추가적인 하향 압력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2016년 모니터링 요소로 △거시환경(금리, 유가, 환율 등) △실적 방어능력(어닝쇼크 기록한 수주산업 기업들의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 △시장성 차입금 상환·차환위험 △M&A △개별 기업,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 및 이행성과 등을 꼽았다.
한편 한기평은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추세가 심화됐었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이 상승한 곳은 8개사였던 반면 무려 53개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신용등급 상승 기업 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소였던 반면 하락 수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용등급 상승/하락 기업 수 비율은 0.15배로, 외환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하락 추세는 2012년 이후 지속되고 있으며 그 정도는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등급하락 산업범위는 확대됐으며, 신용긍급 AA~A급의 우량기업 하락 기조가 강해졌다. 또 1년 동안에만 신용등급이 두 노치(notch) 이상 하락한 LRC(large rating changes)와 투기등급으로 전락한 폴른엔젤(Fallen Angel)도 AA~A급에서 주로 발생했다.
마 본부장은 "최근 신용등급 변동은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기업 실적 등 중장기적이며 구조적인 문제"라며 "중국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이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부진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며 "수요가 비탄력적인 장치 산업이 둔화됐고, 건설 산업에서 비롯된 어닝 쇼크가 조선사에서 정점을 찍으면서 우량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이러한 고등급 우량기업의 신용등급이 단기간 내 하락 추세를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마 본부장은 "최근 등급 디플레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강화됐다"며 "신용등급의 방향성 보다는 등급조정 논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기평은 신용등급 결정 논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스페셜 코멘트 등을 꾸준히 제공하고, 트리거(trigger) 제시와 크레딧 리스크 증가 요인에 대한 문제제기·사전 경고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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