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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조급함 [thebell note]

김선규 기자공개 2016-02-01 08:12:1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놀라웠다. 겨우 첫 처방이 이뤄졌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올지 몰랐다. '역시 삼성이라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가 국내 환자에서 첫 처방된 것이 화제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첫 처방실적을 두고 모든 언론사들이 앞다퉈 보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 바이오사업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바이오 계열사들의 성장 가치는 양사 간의 합병 반대 여론을 잠재울 정도로 대단했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입지를 바이오 사업의 성공 여부와 연관 짓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 주요 외신들도 바이오사업이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라고 보도했다.

그룹 안팎의 높은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나스닥 상장이다. 삼성과 엘리엇 간의 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7월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16년 상반기 내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며 사업 성공 가능성을 강조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결국 상장 계획은 연기됐다. 외국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주관사들도 일단 상장 작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기업 상태로는 상장 차체가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장 연기는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해 하반기 추락하는 나스닥 바이오 지수(NBI)만 보더라도 상장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더욱이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기업공개(IPO)시장에도 냉기가 돌았다. 이런 와중에 고 사장은 "상장 준비는 잘하고 있고 최대한 빨리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혹은 상장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이 고 사장에게 미국 현지시장 상황이나 업황 변화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고 사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당초 상장일정을 무리하게 잡았고 충분한 준비과정 없이 의욕만 앞서 추진했던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진출이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급함과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때문에 '상장 연기'라는 큰 오점을 남겼다. 호흡이 긴 바이오·제약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당장 성과에만 열을 올린다면 결국 쓴맛만 볼 것이다. 이번 상장 연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밑그림을 제대로 그려나가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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