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구조조정 속도느려 국내 은행에 악영향" 조선·해운·철강 등 5개 업종 국내은행 익스포저 11% 수준
한희연 기자공개 2016-04-26 18:23:48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한계기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과 해운 등 5개 위험 업종에 대한 우려는 국내 은행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정책은행의 경우 정부 지원도 현실적인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지원 의지는 적극적이지만 지원 방법상 한계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소피아 리 무디스 이사는 26일 "이달 중순 취한 한국 은행 등급전망 하향 조치의 주 원인은 영업환경 악화로, 여기엔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가 반영돼 있다"며 "특히 조선과 해운 등 5개 위험 산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관련해 이들 산업에 대한 리스크가 큰 은행들 위주로 등급 전망을 하향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지난 14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등급을 내렸고 전북은행의 등급전망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가 국내 8개 은행을 조사한 결과 총 여신 대비 위험집중산업 익스포저는 11% 수준이었다. 위험집중산업 익스포저는 부동산 PF대출,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등 5개 부문이다. 상업은행의 경우 한 자리수의 익스포저를 나타냈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 자리수의 익스포저를 보였다.
무디스는 조선업 등과 산업 구조조정이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으나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구조조정으로 빠른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좀 더 조심스레 접근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유가 변동 등으로 불확실성도 커지고, 조선·해운업의 경우 공급과잉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산업에 대한 전망이 더 악화됐다는 진단이다.
소피아 리 이사는 "은행 산업을 평가할 때도 이들 위험 산업에 대한 비중 많은 곳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져 일부 상업은행은 등급 전망을 내렸다"며 "정책은행은 정부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부채 관련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데다 한계기업의 숫자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해 은행들의 기업 여신 관련 신용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일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은행권이 크게 부실화되거나 시스템적인 리스크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디스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정부지원에 한계가 나타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소피아 리 이사는 "정책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한계가 보인다"라며 "정부의 지원 의지가 있더라도 방법상 제약에 도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소피아 리 이사는 "정책은행은 법적으로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증자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4~5년 간 정책은행의 부실비중 증가 속도는 정부의 증자 지원속도보다 빨라 자본비율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 방법상 제약으로 예를 든 것이 수출입은행에 대한 산업은행의 현물 출자다. 수출입은행의 지분 15%를 이미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데 회계상 15%의 지분비중이 넘어가면 연결 기준으로 회계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자본비율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을 통한 현물출자 방안이 이미 한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정책은행이 한계기업을 지원하는 데에 있어서도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면 회계상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약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암코를 통한 구조조정이나, 민간을 통한 자율 협의 등을 내세우는 것도 정부가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해 차선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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