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매각' 어려운 신보..이유있는 구조조정 '엇박자' 구상채권 매년 1조 이상 '상각'만 되풀이..실질적 '출구전략' 없어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11 09:04: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0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 채권단 탈퇴로 이목을 끈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이 국내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애매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금 특성상 채권 매각이 불가능해 기타 채권금융회사와 손발을 맞춰 해당 구조조정 기업의 채무조정 작업을 해내기 난해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한진해운의 늑장 대응도 신보가 한진해운 채권단에서 홀로 탈퇴하게 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이와 함께 신보가 안고 있는 자체적인 시스템 결함도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없게 한 이유였던 셈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신보의 시스템 미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보는 보증을 제공했던 회사가 채무이행을 하지 못하면 대신해 이를 갚아준다. 이렇게 해서 취득한 채권과 이를 회수하기 위해 지출한 대지급금을 '구상채권'이라고 한다. 일부는 회수되기도 하지만 구상채권은 신보가 떠안은 사실상의 부실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신보의 구상채권은 지난해에만 1조 8110억 원 어치 발생했다. 여기에 5192억 원 어치의 구상채권을 출자전환·회수하고 1조 5210억 원 어치를 상각했다. 새로 발생한 구상채권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2014년에는 2조 원의 구상채권이 발생했고 2013년과 2012년에도 꾸준히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구상채권이 생겼다. 신보는 항상 구상채권 발생규모와 맞먹는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하거나 상각해 구상채권 잔액을 3조 5000억~3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통상 은행은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외부에 매각하거나 출자전환한다. 아니면 아예 복구하지 못하는 셈치고 상각해버리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한다. 하지만 신보의 감사보고서에는 구상채권을 매각한 내역은 기재돼 있지 않다. 법적으로 구상채권 매각은 가능하지만 실무적인 기능은 막혀 있는 탓이다.
금융위는 2013년 신용보증기금법을 개정하며 구상채권 매각 조항을 넣긴 넣었다. 효율적인 회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 매각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부실채권 상·매각은 시중은행에서는 일상적 여신관리 행위인데 신보는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야해, 의사결정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번거롭다. 신보 이사회는 대부분 정부, 은행 고위 관계자로 구성돼 있어 설득도 어렵다.
채권 매각 거래 대상도 한정돼 있다.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법'에 따른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 '산업발전법'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조합,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다. 실질적으로 캠코 외에는 신보의 구상채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캠코에 채권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신보는 지난해 한차례 특수채권 매각 안건을 올렸는데 이사회는 캠코로부터 특수채권을 재매각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받고서야 안건을 의결했다. 법적으로는 채권 매각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신보가 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는 길이 막혀있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참여로 떠안게 된 부실채권을 처분할 수 있는 사실상의 '출구'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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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신보의 보증잔액은 49조 원이다. 일반보증이 41조 1010억 원이고 유동화회사보증이 1조 7080억 원, 시장안정 특별보증 잔액이 6조 3770억 원이다. 시장안정 특별보증 중 건설사 유동화회사보증 규모는 2014년 1조 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 원대로 줄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슈가 된 시장안정 P-CBO 규모가 6조 824억 원으로 시장안정 특별보증 중 가장 많다.
신보는 보증에 따른 부실률을 계산해 각 보증내역에 대해 충당부채를 쌓는데 설정률은 각각 3.64%, 10.28%, 12.38%로 시장안정 부문이 가장 높다. P-CBO 보증에서 발생한 구상채권을 제외하면 3조 5000억 원 가량으로 일반 보증 규모의 약 8% 수준이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 작업과 관련해 구상채권이 발생해도 신보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선택지는 충당금으로 손실을 감내하고 상각과 출자전환 외에는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 신보가 자체적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어 구조조정 작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채권 매각이 어려워 매각이나 채권단 단일화 등 효율적 구조조정 작업에 방해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보가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법적인 맹점이 있다"며 "실무자선에서 신보의 문제를 지적하고는 있지만 개선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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