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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英법인 투자금 1388억 허공에 '밑빠진 독' [Company Watch]4년연속 적자 누적 2360억, 투자금 전액 손실처리

박창현 기자공개 2016-05-17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3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영국법인 실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법인은 유럽 공략 전초기지로 기대를 모았지만 주력 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과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시황 악화로 적자 사업구조가 고착화 된 상태다. 최근 4년 간 수 천억 원 규모의 누적 적자가 쌓이자 투자금도 전액 손실처리됐다.

롯데케미칼 영국법인은 롯데케미칼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허수영 사장이 주도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전략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지난 2008년 KP케미칼 대표이사로 부임한다. KP케미칼은 매출 4조 원이 넘는 롯데케미칼의 핵심 자회사였다. 허 사장은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형을 키웠다. 2009년 파키스탄 PTA를 인수한데 이어, 이듬해 현재 영국법인의 모태가 된 영국 화섬업체 아르테니우스(Artenius UK Limited)사를 사들인다.

공격적인 확정 전략에 힙입어 2011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4조 6402억 원)과 이익(3892억 원)을 달성했다. 최대 실적 달성 후 KP케미칼은 롯데케미칼과 합병된다. 영국법인은 허 사장이 주도한 글로벌 확장 전략의 결과물이자 성공 사례였던 셈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영국법인은 롯데케미칼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말았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581억 원을 출자해 영국법인을 설립했고, 현지 화섬업체 아르테니우스도 인수했다. 아르테니우스는 영국내 유일한 PTA 생산업체로, 연간 PTA 50만 톤과 PET 15만 톤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롯데케미칼

인수 초기에는 제몫을 해냈다. 그룹 편입 직후인 2010년 영국법인은 4264억 원의 매출과 11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듬 해에는 전년대비 58.5% 증가한 676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82억 원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2012년 들어 주력 제품인 PTA 공급과잉으로 시황이 악화되자 영국법인도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액이 6612억 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줄었고, 당기순익은 131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시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영국법인 역시 적자 사업구조가 고착화된다.

2013년 매출이 4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순손실액은 598억 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매출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2359억 원에 그쳤다. 순손실액은 처음으로 6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을 받았다. 매출이 800억 가량 증가했지만 순손실폭이 더 커지면서 923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적자액만 2360억 원에 달한다.

계속된 적자로 투자금도 사실상 모두 날렸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영국법인 설립 때 581억 원을 출자했다. 이후 2년 간 흑자가 나면서 지분가치가 722억 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2013년 6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자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단행했다. 다만 일부 투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손실 처리한다. 당시 총 621억 원을 손실로 인식하면서 유럽법인 장부가를 385억 원으로 조정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아있는 385억 원도 모수 손실처리했다. 영국법인 장부가격이 그때 처음으로 '0'원이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다시 한 번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522억 원을 새롭게 수혈했다. 신규 자금을 투입했지만 작년 역대 최대 적자가 나면서 이 투자금도 모수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여전히 영국법인 지분가치 0원인 이유다.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영국법인에 투입한 1388억 원을 모두 날린 셈이 됐다.

영국법인은 현재 자산(3016억 원)보다 부채(3795억 원)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PTA 시황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재무 여력 확보를 위해 롯데케미칼이 다시 한번 추가 증자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성섬유와 페트병 생산 원료인 PTA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까지 톤 당 250 달러를 웃돌았던 PTA 스프레드는 2013년 113달러로 축소됐고 이후에는100달러 선도 무너졌다.

이 때문에 영국법인은 2014년 PTA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다만 남은 PET 사업 역시 시황이 만만치 않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PET 시황이 안좋다 보니 영국법인도 실적이 악화됐다"며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만큼 추가 증가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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