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17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 헤지(hedge)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한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환헤지 수익은 미래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이 아닌 현재 시점에서 확정되는 수익으로 사실상의 이자 수익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과 현재 시점에서 확정되는 환헤지 수익을 구분해 과세의 기준을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거액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선진국 국채의 경우, 채권투자임에도 불구하고 환헤지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과세가 불가능해 형평성 논란이 생기고 있다.

◇환차익과 환헤지수익 구별해야

국내 세법상 환차익은 기본적으로 비과세다. 다만 수익증권 즉 펀드를 통해 투자할 경우 환차익도 소득으로 구분, 과세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주식형 해외펀드의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환차익이란 미래 시점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따졌을 경우 이익이 난 것을 뜻한다. 즉 환헤지를 하지 않았는데 환율 변동으로 이익을 본 것이다. 주가 변동에 따른 매매 차익과 비슷한 개념이다.

환헤지 수익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환헤지는 현재 시점에서 헤지를 하는 순간 곧장 수익 내지는 손실이 정해지는 확정수익이다. 환차익과 환헤지손익은 차이가 있는 것.

환헤지 손익은 헤지를 하는 대상 통화의 금리 수준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양국간의 현재 금리 차이가 환헤지 손익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면 금리 소득, 즉 이자 소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과는 달리 환헤지 손익은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환헤지 손익을 결정짓는 핵심은 결국 양국간 금리 차이"라며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과는 다른 환헤지 소득은 이자 소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물론 국내 세법은 환헤지 수익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증권이나 파생증권 등 결합상품이 아닌 이상 환율로 인한 손익은 모두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를 구별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있다. 우선 기업들의 환헤지 전략을 위축시킬 수 있다. 수출입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추구하는데 이에 대한 과세를 할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또 있다. 헤지 이익이 아닌 비용이 발생할 경우, 즉 환헤지 손실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 과세를 할지가 불투명하다. 환헤지로 인해 비용(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과세 산정시 다른 이익에서 환헤지 비용만큼 차감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투자에 대한 세금 이슈와 연결돼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고 있는 일본과 일부 유럽국가가 발행한 국채의 경우,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이자가 없는 것을 넘어 손실이 나는 부분에 대한 과세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마이너스 캐리 시대가 역사상 처음으로 온 것인데 이에 대해 과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헤지 손익에 대한 과세 문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의 절세를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는 해외 채권 투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건 경제정의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