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14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빼스? 그게 뭔 얘기요?"한 지역농협 조합장 이사 A와의 인터뷰. 농협은행 빅배스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A 이사는 이렇게 되물었다.
빅배스(Big Bath)는 누적손실, 잠재손실 등을 한 회계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기법이다. 지난 5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은행에 대해 "1분기에 조선과 해운 산업에 대한 충당금이 많이 쌓였고 2분기와 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며 "빅배스를 포함한 어떤 방식으로든 부실을 털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은행은 출자자인 농협중앙회에 매년 5000억 원에 달하는 명칭사용료와 배당금을 지불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 등에서 받는 명칭사용료와 배당금으로 중앙회 운영경비와 단위농협 지원금을 충당한다. 농협은행이 빅배스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각종 비용절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상황을 파악한 A 이사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건 안되지. 조합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배당이나 명칭사용료는 당연히 줘야 되는 것이에요." 며칠 뒤 만난 또 다른 지역농협 조합장 이사 B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농협금융을 그렇게 키워준 것은 농협중앙회 아닙니까? 그러면 중앙회에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지. 아니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뭐하려고? 매년 부실 만들고 또 책임 안지고 그러면 되겠어?"
갈 길 먼 농협은행에게 조합장 이사들의 이같은 태도는 '벽'과 같다.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올해 적립할 할 충당금 규모는 상반기 1조 3000억 원, 하반기 4000억 원으로 총 1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초 농협은행이 적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충당금 규모는 3조 원이다. 내년에도 1조 3000억 원 가량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한두 푼이 아쉬운 농협은행에게 매년 5000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과 명칭사용료 부담은 분명 과중하다.
조합장 이사들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의 100% 손자회사다. 농협은행 수익으로부터 나오는 배당이 전액 중앙회로 지급되는 건 당연한 절차다. 명칭사용료 역시 법에 근거한 중앙회의 권리다. 농협법 제159조는 '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하여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1000분의 25 범위에서 명칭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어디에도 농협은행이 배당금과 명칭사용료 축소를 요구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
2년 간 3조 원, 농협은행에게 빅배스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짐이다.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권한은 중앙회 이사들이 쥐고 있다. 다행인 건 농협은행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조합장 이사도 일부 있다는 점이다. 앞서 단호한 태도를 보였던 B이사는 인터뷰 말미에 언뜻 고통분담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농협은행)빅배스에 따른 배당 축소는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라며 "정 배당을 줄여야 한다면 농협중앙회에서 기준을 갖고 어려운 조합에 한한 선별적 배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빼스? 그게 뭔 얘기요?" 라고 묻는 조합장 이사들에게 빅배스를 적극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건 기자가 할 일이 아니다. 농협은행이 지역농축협에까지 진정성 있는 호소와 설득을 보일 때 '빼스'는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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