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사들이 바라본 카버 딜의 양면성 [카버코리아 M&A]기대보다 이른 엑시트...바이아웃 대신 상장 아쉬움 남아
김나영 기자공개 2016-08-12 07:25: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3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장품 제조사 카버코리아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섰던 벤처캐피탈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저마다 표정을 달리하고 있다. 매수자인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 지분을 동반매각한 것은 투자사들에게 확실한 이익을 안겨준다. 그러나 기업공개(IPO)에 대한 미련과 딜 과정에서의 아쉬움 등은 향후 다른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전략에 있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카버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IPO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베인캐피탈-골드만삭스 컨소시엄과 인수 본계약을 맺으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때 투자사들은 카버코리아 최대주주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FI인 벤처캐피탈들의 카버코리아 지분은 상당히 많다. 최대주주인 이상록 대표가 가진 60.17%를 제외한 39.83% 중 대부분인 35%가 벤처캐피탈 보유분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전 언질도 없이 이 대표가 SPA를 체결하자 벤처캐피탈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 확언했던 IPO 대신 급작스러운 M&A로 선회
카버코리아 지분을 쥔 모든 투자사의 바람은 사실상 IPO였다. 이는 신주를 매입한 초기투자사들이나 중도에 구주를 사들인 후기투자사들이나 동일하다. 물론 첫 기관투자를 행했던 투자사들은 회사의 성장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2년 전 카버코리아가 이렇다 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을 때 투자를 단행하고 영업전략 등을 함께 고민해온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다.
본격적인 투자를 받은 카버코리아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이미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 있던 상태에서 생산·판매라인 확대와 계속된 스타 마케팅이 주효했다. 기존 에스테틱용 전문 화장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반 고객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중국 등 해외 수출도 늘어났다. 시기적으로도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업계가 면세 및 국외 판매로 고성장을 시작한 때와 맞물렸다.
그 결과 카버코리아의 매출액은 2014년 499억 6100만 원에서 2015년 1564억 9500만 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4년 99억 3600만 원에서 2015년 483억 1500만 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이미 상반기에 전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으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에 기대감까지 더한 밸류에이션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투자 당시인 2014년 8월 산정된 카버코리아의 기업가치는 350억 원 수준이었다. 1년 반이 지난 올해 2월에는 5000억 원, 8월 현재 딜 클로징 시점에서는 7100억 원 후반대까지 올라갔다. 벤처캐피탈업계의 카버코리아 구주 거래 붐과 베인-골드만 컨소의 지분 인수를 통해 증명된 수치다.
◇ 해외 PE 네트워크로 국외 진출 '고무적'
첫 기관투자를 했던 초기투자사들의 입장에서는 카버코리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카버코리아는 무서운 성장세로 2년 내 무려 20.5배의 멀티플로 이익을 안겨준 투자기업이다. 실력과 가능성은 있지만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던 국내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키워온 셈이다. 투자사로서는 실질적인 수익과 더불어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는 만족감이 들 법하다.
통상적으로 투자사들의 엑시트 방법은 IPO 또는 인수·합병(M&A)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인수로 인한 지분 매각은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정상적이다. 그것도 베인과 골드만과 같은 글로벌 사모투자사(PE)가 초기투자단가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바이아웃(Buy-out)했다. 해외 전문자본이 들어오는 만큼 투자기업에 더 빠른 해외 진출의 길이 열린 것도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올해 하반기 예정대로 상장이 추진됐더라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대해볼 만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화장품회사의 잇단 상장 러시에서 상당히 고평가된 수치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카버코리아의 경우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실적까지 뒷받침되는 만큼 개인투자자와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모이면 주식가격이 수직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M&A 딜 진행 과정에서 보안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투자사들에게는 여전히 IPO를 확언했다는 점 역시 서운함으로 남는다. 특히 최대주주가 회사를 함께 키워온 초기투자사들에게도 별다른 언질 없이 지분매각을 체결하며 당황하게 만든 것이 한 몫했다. 후기투자사도 IPO를 바라보고 구주를 매입한 이유가 가장 컸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해외 PE의 풍부한 네트워크나 세일즈 노하우 등에 더 매력을 느껴 IPO 대신 M&A를 택했을 것"이라며 "반면 지분 40%에 해당하는 FI 입장에서는 약속했던 IPO를 뒤엎고 급작스러운 M&A 진행과 잔여 지분매입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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