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0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고 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실적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당시 이뤄진 인위적인 수익 및 재무구조 조정 내역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실적 집계 과정에서 CFO의 지시로 약 1000억 원의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1000억 원은 지난해 12월 단행한 유상증자, 토지 재평가와 맞물리며 대우조선해양이 관리종목 지정을 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CFO(부사장)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지난 6월부터 이뤄지고 있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현직 주요 경영진이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상태, 고재호 등 전직 최고 경영자들은 이미 구속 수감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현재 수사에 응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소환 경위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관리종목 지정을 막기 위해 지난해 실적 결산 과정에서 약 1000억 원의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실적 조작과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이를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손실을 냈고, 이로 인한 자본금 감소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사업년도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 기업에 편입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이면 상장폐지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단행한 유상증자와 옥포조선소 토지 재평가 덕분에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를 면했다. △증자금 4142억 원이 자본금에 잡히고 △유형자산재평가잉여금 4485억 원이 기타자본구성요소에 반영되면서 3조 2400억 원의 결손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기준 4365억 원의 자본총액을 유지한 덕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이 1000억 원의 손실을 축소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관리종목 지정을 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액과 자본금을 적용한 자본잠식률은 46%다. 가까스로 관리종목 편입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손실 1000억 원을 실제로 축소했다는 가정 하에 이를 결손금에 반영할 경우 자본금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자본총액만 감소하고, 자본잠식률은 50%를 훌쩍 넘게 된다. 실적을 임의로 조정한 게 관리종목 지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시적인 매매거래 정지 △매매 시 단일가격 적용 △경영 정상화가 없을 시 상장폐지 등의 불익이 발생한다.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자금 조달 조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주채권은행으로부터 4조 2000억 원의 정상화 지원을 받기로 한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될 수 있는 한 관리종목 편입을 피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지 않은 데는 자본총액에서 비지배지분은 제외한다는 규정에 따라 망갈리아조선소의 손실을 절반 가량만 반영한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유상증자, 토지 재평가 등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없었다면 진작 상장폐지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