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08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이 경유펀드 횡령건 100억 소송 패소와 관련한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 등 외부와의 소통을 최대한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확인해 줄 수 없다' 정도다.소송 패소 자체가 워낙 민감한 이슈인 데다, 매각 논의까지 맞물려 있다 보니 대외홍보부서도 곤란함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주된 수익원 중 하나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실패는 매각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이기도 하다. 매각 성사 여부를 떠나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경영과 관련한 상당한 질책을 피하기 어려운 사안.
2014년 하이투자증권은 130억 원 규모의 경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상품을 만들었다. 어느날 경유는 사업을 제안한 무역회사 대표와 함께 증발해 버렸다. 이번 내부 감사는 이 황당한 사기 행각에서 비롯됐다.
감사의 표적은 하이투자증권의 허술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포기한 사업에 나홀로 뛰어들었던 배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하이투자증권의 사업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실적 추락이 지속되자 고육지책으로 누구나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업에 눈을 돌리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갈수록 내세울 만한 사업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과거 CJ그룹 소속 때, 채권 분야에서 나름 강점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는 그야말로 '무색무취'라는 혹독한 평가를 듣고 있다. 소소하게나마 존재했던 강점도 사라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요한 딜(deal)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평판도 상당히 추락했다.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경유 펀드 건은 손실만으로도 악재지만 경쟁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어찌보면 소송 패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유사한 사건 재발을 방지하면 어렵지 않게 치유할 수 있는 상처다. 그러나 잃어버린 강점을 되찾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내부 감사가 경유 펀드와 관련해 잘잘못을 가리기는 선에 그쳐서는 안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냉혹한 시장 평가와 규모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이룰 수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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