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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證 독박, 130억 경유펀드 사기 사건 '막전막후' [Deal Story]증권사 대부분, 카운터파티 리스크에 거절…1심 패소, 리스크관리 허점

김병윤 기자공개 2016-08-10 13:3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8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자신을 무역회사인 진보석유화학 대표라고 소개한 사람이 복수의 증권사에 사업제안 문서를 보냈다. 사업 규모는 130억 원 상당이다. 경유를 수입해 도소매업자에게 파는 구조의 펀드를 구성하자는 내용이다.

사업제안을 받은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자들은 사업성을 검토해 봤다. 다수는 제안을 거절했고, 일부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리스크 심사팀으로 관련 건을 넘겼다.

소수 증권사가 2차 검증에 나섰지만 이중 대다수 리스크 심사팀의 대답은 '노(NO)'였다. 가장 큰 이유는 카운터파티(counterparty)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업을 제안한 회사의 인지도가 굉장히 낮았고, 그 흔한 회사 홈페이지도 하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제안을 받고 리스크 심사팀에 넘겼지만 사업을 진행하지 말자는 의견을 받았다"며 "가장 큰 이유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물을 기반으로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물의 관리"라며 "최근 항공기 등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대체 투자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시 그 사업자가 제안한 펀드는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카운터파티 리스크를 높인 것은 경유의 보관 문제였다. 당시 들여온 경유가 보관된 곳은 서울이 아닌 지방이었다. 펀드 전반에 대해 신경을 써야하는 주관사 입장에서 지방에 보관된 경유에 대한 정보를 점검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유를 보관하는 업체를 완전히 믿자니 불안했고, 지방에 자사 직원을 파견해 직접 경유를 지키자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섰다.

모두가 'NO'라는 답변을 내놓을 때, 하이투자증권만 'YES'를 외쳤다. 그렇게 '현대원자재유통사모증권투자신탁3호'라는 펀드가 설정됐다. 하이투자증권은 2014년 4월10일 NH농협은행을 수탁자로 선정하는 등 사업을 진행했다. 운용은 현대자산운용이 맡았다.

하지만 불안했던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들여온 경유가 사라진 것. 사업을 제안했던 회사의 대표 역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NH농협은행은 서울지방법원에 하이투자증권과 무역업체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원고는 NH농협은행이지만 실질적인 원고는 이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송의 원고는 NH농협은행이지만 실질적인 원고는 펀드를 운용한 현대자산운용의 메니저"라며 "사라진 경유에 대한 책임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 6월 손해배상 민소소송 결과 NH농협은행이 승소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피해액 전부(96억 5000만 원)에 대해 독박을 쓰게 됐다. 현재는 하이투자증권 측이 항소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로 한 원자재가 사라진 것은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이라며 "재판 추이를 지켜보겠지만 쉽게 결과가 뒤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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