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성신양회 사장, 'BW 마술'로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분석]지분 19.6% 중 2/3 워런트서 파생…최대주주 등극 '일등공신'
강철 기자공개 2016-12-07 08:17:47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6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태현 성신양회 사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경영 승계 기반을 닦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유 중인 회사 주식의 약 3분의 2가 신주인수권 표시증서(워런트)에서 파생됐다.이처럼 BW를 적극 활용한 덕에 김 사장과 성신양회는 상속세 등 대규모 자금 부담 없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자본시장에서 성신양회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BW의 '마술'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3년 최대주주 등극…지분 19.6% 중 13.4% 신주인수권서 파생
김태현 사장이 처음 성신양회 지분을 갖게된 건 26세였던 1999년이다. 당시 부친인 김영준 회장으로부터 보통주 30만 주를 물려받았다. 김 회장은 이어 이듬해인 2000년 3월에도 56만 2857주를 김 사장에게 증여했다. 김 사장은 같은 해 장내 매수와 무상증자를 통해 77만 6374주의 주식을 추가 확보하며 성신양회 지분율을 8.6%로 높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김 사장이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데 부족했다. 성신양회는 1999년 말 200억 원의 분리형 BW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았다. 이를 통해 김 사장과 그의 남동생인 김석현 이사가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의 워런트를 확보했다.
두 형제는 행사 만기를 앞둔 2004년 4월 워런트를 전환해 각각 83만 4863주의 보통주를 취득했다. 워런트 행사 단가는 5989원이었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보유 주식을 249만 주(지분율 12.2%)로 늘리며 성신양회 2대주주 지위를 굳건히 했다. 당시 성신양회의 주가는 워런트 행사가의 4배 수준인 2만 2000~2만 3000원이었다.
김 사장은 9년 후인 2013년 분리형 BW 활용해 다시 한 번 지배력 강화에 나선다. 성신양회는 2013년 8월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교보증권은 사채 인수 직후 성신양회 보통주 287만 9077주를 주당 5210원에 획득할 수 있는 워런트를 김 사장(191만 9358주)과 허필래 씨(95만 9692주)에게 양도했다. 이를 통해 그는 부친을 제치고 성신양회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 사장은 보통주 전환이 가능해진 2014년 8월 허 씨가 가지고 있던 워런트 95만 9692주도 마저 매입했다. 이후 2016년 3월 워런트 47만 9846주를 행사해 공식적으로 성신양회 최대주주(지분율 11.98%)에 올랐다. 잔여 워런트 239만 9231주를 포함한 김 사장의 잠재 지분율은 19.6%다.
현재 김 사장이 보유한 성신양회 주식 542만 3521주 중 약 70%에 해당하는 371만 3940주가 워런트에서 파생됐다. 잠재 지분 19.6% 중 13.4%가 주식으로 전환했거나 아직 워런트로 남아 있는 물량이다.
김 사장은 워런트 확보로 사실상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인 2013년 12월 성신양회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베트남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빠른 속도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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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분리형 BW' 발행 금지 전 막차
국내 금융당국이 분리형 BW 제도를 도입한 건 1999년 1월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분리형 BW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대기업 오너 일가의 편법 승계 방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기업 오너들이 싼값에 인수한 워런트를 주가가 높을 때 행사해 시세 차익을 얻거나 조세 부담없이 지분율을 높이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자본시장에선 성신양회의 1999년 말 BW 발행도 이 같은 사례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성신양회는 BW 발행 직후 사채를 조기 상환하고 워런트만 남겨뒀다.
이처럼 부작용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2013년 8월 29일자로 사모 형태의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했다. 성신양회는 이에 대응해 하루 전인 8월 28일 이사회를 열어 200억 원의 BW 발행을 결의했다. 제도 개선 전 막차를 탄 셈인데, 당시 확보한 워런트는 김 사장의 성신양회 경영권 승계를 돕는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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