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2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신한은행 서대문역지점 건물 3층. 유리문 앞에는 '신한경력컨설팅센터'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적혀져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상담원이 앉아 있는 프론트가 있다. 널찍한 대기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들, 한쪽 벽면을 채운 게시판도 보인다. 10여 명의 중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유명 토익학원의 깔끔한 라운지처럼 보이는 이곳은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신한경력컨설팅센터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은행 최초로 행원들의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센터를 개설했다. 강의실과 회의실 등을 포함해 면적이 80평에 달한다고 한다.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자에게는 재취업과 창업지원을, 재직자에게는 생애설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를 개설한 이후 4개월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60여 명이 재취업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예상과 달리 퇴직자들로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설 초기 단계여서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문의 전화는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강의를 수시로 열고, 컨설턴트와의 1대1 상담도 진행하면서 신청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퇴직자를 다시 채용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현재 퇴직자들을 해외법인으로 재고용하기 위한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종 선발된 인원은 4~5주간 연수를 거쳐 해외법인에 배치되고, 고용형태는 계약직이며 급여는 퇴직 전의 70~80%선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인사부의 협조를 받아 퇴직자 중 3명을 추려 일본법인으로 배치했다"며 "퇴직자들로선 일정 기간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고급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올해 겨울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의 경력컨설팅센터 운영은 눈에 띄는 행보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영업점 통폐합과 고임금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회사를 떠난 퇴직자들에게 재취업이나 창업을 지원하는 노력들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장이 정체된 은행 입장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 슬림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고용관계를 청산하면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며, 함께 고생한 동료에 대한 마지막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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