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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 회수 트라우마 시달리나 PE 메가딜 잇딴 회수 불발에 리스크 극단적 회피

윤동희 기자공개 2017-02-28 09:06:0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4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안전문업체 ADT캡스 인수금융의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 작업에 앵커투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던 국민연금이 발을 뺐다. 지난해 발생한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채무불이행,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채무재조정의 충격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2일 대체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ADT캡스 자본재조정 투자 참여의 안건을 부결시켰다.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위원들이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당초 기금운용본부는 총 4800억 원의 차환 금액 가운데 2000억 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다. 앵커투자자가 빠지면서 ADT캡스 리캡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 ADT캡스 성장가능성 높게 평가…2014년 인수금융에도 1800억 메자닌 참여

시장을 당혹케 한 부분은 투심위원회 모두 ADT캡스의 경영 현황과 성장가능성, 이에 따른 투자기회를 높에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ADT캡스의 상각전이익(EBITDA)은 칼라일(The Carlyle Group)의 투자 당시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추세였다.

일례로 2014년 타이코가 ADT캡스를 매각할 당시 회사의 2013년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600억 원으로 로열티 등을 감안한 조정EBITDA는 1700억 원 수준이었다. 2014년의 개략적인 EBITDA는 1700억 원으로 추정되며 2015년 EBITDA는 2147억 원를 기록했다. 조정EBITDA 기준으로는 재작년 2300억 원, 지난해에는 2500억 원의 EBITDA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연금은 칼라일이 2014년 ADT캡스 인수 당시 모집한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금액은 1800억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투자 형식도 메자닌 투자였고 만기는 2019년까지였다. 칼라일이 2015년 리파이낸싱 겸 리캡을 추진하면서 국민연금은 조기상환 수수료를 받고 아쉽게 대주단에서 빠지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 기회를 긍정적으로 판단해 다시 600억 원을 후순위 대출에 투자했다.

결국 이번에 국민연금이 투자대금을 6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1400억 원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익스포져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당초 2019년까지 운용될 것이라고 가치판단을 내리고, 중위험 자산인 메자닌에 1800억 원을 투자했던 투자본부라면, 회사 사정이 계속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2000억 원을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 DICC 트라우마 여전..매각 불발 리스크

물론 이번 투자안 부결에 전주 이전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 사의, 인력이탈과 퇴사 직원에 대한 징계 등 어수산한 분위기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기에 국민연금 투심위가 지난해 발생했던 딜라이브와 DICC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동시다발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먼저는 딜라이브(옛 씨앤앰)였다. 국민연금은 2012년 씨앤앰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는데 매각이 요원해지면서 씨앤앰을 소유 중인 투자목적회사(SPC) 국민유선방송(KCI)이 2015년 말부터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딜라이브는 지금도 연 매출액 5000억원 대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7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유량한 회사지만, 펀드가 바이아웃할 당시 밸류에이션이 높았고, 차입금 규모도 큰 편이었다. 국민연금은 디폴트를 내는 것보다 인수금융을 연장하는 게 낫다고 판단, 채무조정안에 동의하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번이나 투심이 연장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국민연금의 익스포져는 3600억 원 수준으로 몇 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았다.

DICC 디폴트도 한 몫 했다. IMM PE·미래에셋·하나금융투자 등 3곳의 PEF운용사는 지난 2011년 4월 DICC 지분 20%를 3800억 원에 샀다. 지분 인수대금 3800억 원 중 2500억 원은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이 출자한 펀드에서 마련했다. 펀드는 DICC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회사 매각에 실패했다. IMM PE 등 FI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업공개나 매각 등을 통해 엑시트(자금 회수)를 지원하겠다는 합의를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승소하지 못했다. DICC 투자에 2500억 원을 댄 펀드출자자들은 투자금을 대부분 손실 상각처리했다.

ADT캡스의 경우에도 칼라일이 이번 리캡에 성공, 투자금을 4500억 원 가량 회수하게 되면 펀드 자체적으로 매각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반대측 우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2015년 후순위대출 1500억 원을 추가로 일으키면서 이 대금을 투자금 회수 자금으로 사용했다. 만약 이번에 4800억 원 리캡이 성공하면 총 4500억~5000억 원 가량의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칼라일이 비교적 익스포져가 줄어들게 되면 매각에 대한 의지가 감소하고, 이 상태에서 ADT캡스의 경영상황이 급작스럽게 악화되면 DICC나 딜라이브처럼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작년에 발생한 DICC와 딜라이브 사례 때문에 리스크 회피 경향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며 "특히 PEF가 주도하는 거래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우려해 이 같은 결과가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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