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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어디로]절반으로 다운사이징…회사도 고통 감내매출·수주 '2007년' 수준으로 줄여..'1원'이라도 이익내는게 중요

김장환 기자공개 2017-03-23 16:00:43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3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금융당국의 대우조선해양 살리기 플랜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결론적으로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과 사채권자까지 모두 동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계획안이다. 성사시 신규자금 지원(약 2조 8000억 원)까지 합쳐 6조 원 가까운 자본 확충 및 유동성 확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이후로도 자생 능력을 과연 갖출 수 있을 지 여부가 거론된다. 4조 원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수주 절벽과 인도 지연, 회계 분식까지 겹쳐 대규모 손실을 냈다. 금융위는 조선업 장기 불황을 예측하지 못했고, 회사의 위험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추가 지원 이후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의 홀로서기가 '다운사이징'에 달렸다고 봤다. 이를 이유로 수주 규모, 매출 외형, 비용 및 인력 등을 2007년 수준까지 되돌려 놓겠다는 생각이다. 160만 톤에 달했던 생산능력을 120만 톤까지 축소하고 컨테이너 등 상선과 특수선 중심의 수주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모든 걸 줄이는 게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생산능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결국 신규 수주를 지극히 보수적으로 단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가이드라인을 정해두고 예상 이익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발주 선박은 수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봐야 한다. 결국 전반적인 매출 규모 저하는 불가피하다. 매출 외형 확대보다 '1원'이라도 이익을 남기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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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2007년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직전 대우조선해양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줬다. 2007년 별도기준 매출은 7조 1000억 원으로 2015년 외형(13조 3664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068억 원에 달했다. 두 배 넘는 외형에도 수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이어온 지난 몇년과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

2007년까지만 해도 수주 내역 상단은 대형 LNG선과 고효율 컨테이너선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 근원이 된 해양플랜트가 수주 내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2010년 이후다. 고유가가 이어지며 드릴십과 석유 탐사 및 생산 하역이 동시에 가능한 FPSO 수주가 크게 늘었다. 2012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 수주 물량의 60% 이상을 해양플랜트가 차지했다. 단일 선박의 금액이 커 수주 당시에는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는 머지 않아 '곡'소리로 변했다. 거센 경쟁을 뚫기 위해 악성 저가 수주에 매달린 탓이었다.

2007년은 무리한 확장 전략을 펼치기 전이란 의미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감 수주에 난항을 겪자 사업 다각화를 선택했다. 2009년 미국 풍력발전업체 드윈드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2008년에는 파나마 해운사 디케이마리타임과 오만 지역에 부동산개발업체를 설립했다. 이미 파산했거나 청산 절차를 앞두고 있는 곳들이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대우조선해양에 해만 입혔다. 매각을 완료한 골프장과 연수원, 급식업체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을 다방면에서 2007년 수준으로 다운사이징 하며 동시에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자구안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을 통해 5조 3000억 원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행률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재까지 자구안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1조 8000억 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밴티지 드릴십 등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자산을 시장에 조기 매각하고, 플로팅도크와 해상크레인 등도 매각을 시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동시에 뼈를 깎는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추가 단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1만 명 수준까지 줄어든 직영 인력을 오는 2018년 상반기 내에 9000명 이하까지 줄이기로 했다. 1000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다. 동시에 임금반납, 무급휴직 등 절차도 단행해 인건비를 20% 절감키로 했다. 2015년 1조 1400억 원에 달했던 인건비가 올해는 6400억 원 선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계획안을 보면 이제 국내 조선산업은 '빅3'가 아닌 '빅2'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매출 외형을 7조 원까지 줄이면 업계 2위 자리는 고사하고 상위 2개사와 극심한 격차를 갖게 된다. 2015년 기준 현대중공업은 24조 원, 삼성중공업은 10조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놓은 자리는 이들 2개사가 빠르게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들 회사는 향후 정상화된 대우조선해양을 흡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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