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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낳는 '짠물' PEF 운용 수수료

정호창 M&A부 차장공개 2017-04-03 08:55:30

이 기사는 2017년 03월 2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투자(PE) 업계에서 5000억 원대 블라인드펀드를 운용 중인 A사는 요즘 경영상황이 썩 좋지 않다. 파트너급 임원들의 경우 급여조차 제대로 받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PE 업력이 짧지 않고, 운용 펀드 규모도 적은 편이 아닌 A사가 이처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답은 국내 PE업계에 자리잡은 낮은 펀드 운용 수수료 체계에 있다.

국내 PE 시장에선 펀드의 투자액을 기준으로 운용사(GP)에게 지급할 수수료를 산정한다. 가령 운용 수수료율이 1%이고 펀드 설정액이 5000억 원, 현재까지 투자액이 2000억 원일 경우 GP가 손에 쥐게 되는 운용보수는 연간 20억 원이다.

반면 미국 등 선진 PE시장에선 펀드 설정액을 기준으로 운용 수수료를 지급한다. 앞선 예를 적용하면 GP는 연간 50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펀드 운용기간 내내 같은 수수료를 지급하진 않는다. 투자기간에는 전체 설정액, 회수기간에는 투자액을 기준으로 삼아 보수를 산정한다.

둘을 비교하면 국내 PE업계의 수수료 체계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펀드 투자액이 최초 설정한 기준율을 밑돌 경우 GP가 이미 수령한 운용보수 중 일부를 토해내야 하는 규정도 존재한다.

이런 보수적인 수수료 체계가 국내에 자리잡게 된 것은 펀드 출자자(LP)들의 경계심 때문이다. 펀드 조성 뒤 제대로 투자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운용 수수료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GP가 생겨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다.

국내 PE시장에 자금을 대는 LP들이 주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연기금 등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이라 혹시라도 '방만경영'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철저히 단속하다 보니 굳어진 관행이다.

문제는 이처럼 낮은 수수료 체계가 '부실 투자'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성사에 이르기까지 GP는 상당한 비용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다양한 인수전에 참여해 여러 매물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실사와 법률·회계 자문료 등이 발생하고, 우수한 인력을 충원해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펀드의 투자소진율이 높아져 운용 수수료가 증액되기 때문에 자금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검토 대상 모두가 투자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기에 다양한 매물을 들여다본 뒤 투자에 실패할 경우 GP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결국 자금 압박과 투자기간 만료에 쫓기게 되는 일부 GP들은 면밀한 검토 없이 등 떠밀리듯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생긴다. 악화된 시황을 무시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거나, 좋지 않은 매물을 고가에 인수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다.

결국 손실과 피해는 훗날 고스란히 LP들에게 돌아간다. 수수료 몇 푼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입는 '소탐대실'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고 세상사의 이치다. 글로벌 PE 수준의 성과를 원하면 운용사들에게 그에 걸맞는 대접부터 해주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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