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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코닉스의 외로운 생존싸움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7-04-07 08:32:39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6일 09: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동두천 본사에서 중견 부품사 세코닉스의 박은경 사장을 만났다. 박 사장은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사람'이라고 답했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세코닉스가 커온 데엔 사람을 키우는 남모를 노력이 있었다.

세코닉스는 광학(光學) 산업 불모지인 국내에서 글로벌 광학렌즈 업체로 발돋움했다. 세코닉스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후면 카메라 렌즈 핵심 공급업체다. 10년 전에는 전장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해 현재 현대기아차 주요 차종에 자동차용 후면 카메라렌즈와 모듈도 공급하고 있다.

세코닉스가 연매출 3000억 원이 넘는 국내 대표 광학업체로 성장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국내 광학산업 인프라는 척박하다. 일본이나 독일에선 대학에 광학분야 학과를 운영하고 기초 과학부터 연구가 이뤄진다. 첨단 카메라와 고성능 렌즈 기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한국은 광학분야 학과를 찾아보기 힘들고 전문가 양성기관도 없다. 광학렌즈 제조설비와 검사장비도 거의 대부분 외산에 의지하고 있다. 설비와 장비를 다루려면 외국에서 배워 와야 한다.

세코닉스는 창업주 박원희 회장 시절부터 '인재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스스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직원들이 습득하게 했다. 중견회사임에도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19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39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창업주의 딸인 박은경 대표가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일은 힘들게 육성한 인재가 떠날 때다. 회사에서 키운 인재를 대신할 대체 인력을 외부에서 구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세코닉스의 광학 렌즈 성장 가능성이 높다. 세코닉스가 일본 니콘이나 독일 라이카 등 기성 카메라 렌즈 강자들보다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경박단소'의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 렌즈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우월한 성능을 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는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 시대에 들어맞는 경쟁력이다.

이미 글로벌 티어1 자동차부품 업체가 세코닉스 제품 발주를 시작했다. 미래산업인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세코닉스는 사물인식 알고리즘 관련 핵심 기술을 갖춘 미국 N사와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세코닉스 내부적으로는 연간 매출이 5년 뒤인 22년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세코닉스는 여전히 혼자다. 과장해 말하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사내에서 키우는 것 외엔 우수 인재를 영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박원희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광학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어필해 왔다. 기술은 확보했으니 인재를 키워달라고 호소해 왔다. 어렵사리 키운 광학 렌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데엔 기업의 힘만으론 부족하다.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관심과 인재 육성에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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