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오뚜기 착한승계 핵심 세원 '함영준 개인회사' [오너십의 탄생]②상속세 1500억 분납, 오뚜기라면 등 지분 유동화·배당 활용

박창현 기자공개 2017-07-27 08:21:32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5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뚜기는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함영준 회장의 수 천억 원 대 상속세 납부가 결정적이었다. 상속 과정에서 편법과 적법을 넘나들며 절세에 목을 매는 여타 대기업들과 달리 오뚜기와 함 회장은 정공법을 따랐다.

함 회장은 작년 말 고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주식 46만5543주(13.53%)와 계열사 조흥 주식(1만8080주, 3.01%)을 상속받았다. 상속 시점인 작년 12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해당 주식 가치는 3141억 원에 달한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증여하게 되면 증여세 50%가 부과된다. 따라서 함 회장은 향후 1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만 한다.

물론 시간적 여유는 있다. 상속세 납부액이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상속인은 최장 5년 동안 총 6번에 걸쳐 상속세를 내면 된다. 다만 상속세를 나눠서 납부하면 이자 성격의 가산금이 붙는다. 함 회장도 5년간 나눠서 상속세를 납부할 계획이다.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매년 250억 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상속세 재원 확보가 오뚜기와 함 회장의 최대 당면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상속 재원 마련 과정에서 함 회장이 개인회사와 계열사 직접 보유 지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함 회장은 오뚜기(28.6%)와 오뚜기라면(35.6%), 오뚜기제유(26.5%), 풍림푸드(28.6%), 오뚜기물류서비스(16.9%), 오뚜기SF(14.4%). 알디에스(60%). 애드리치(33.3%), 조흥(6.9%)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뚜기라면과 알디에스, 애드리치는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오뚜기

당장 이들 계열사 배당만으로도 매년 100억 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큰 배당 수익원은 역시 오뚜기다. 오뚜기는 지난해 228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함 회장은 지분율에 따라 65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뒤를 이어 오뚜기라면 배당금으로 18억 원을 수취했다. 오뚜기제유와 풍림푸드,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에서도 2억~3억 원 대 배당금이 매년 나오고 있다.

함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 배당으로 확보한 현금만 97억 원에 달한다. 공교롭게 함 회장의 자금 수요가 늘자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전년도보다 배당금액을 늘렸다. 이 같은 배당성향 추세가 이어지면 계열사 배당만으로도 연간 분납 상속세의 절반 가량은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 지분 유동화도 재원 마련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함 회장은 경영권과 무관한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각 계열사 간에 수직계열화 체제가 탄탄히 구축된 만큼 내부 지분 거래 명분도 확보할 수 있다.

핵심 계열사인 오뚜기라면만 하더라도 지난해 매출 5913억 원 가운데 99%에 해당하는 5891억 원을 내부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대부분의 매출이 바로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현재 오뚜기라면 지분 35.6%를 가진 최대주주다. 반면 최대고객사인 오뚜기는 지분이 24.2% 뿐이다. 따라서 오뚜기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 함 회장이 오뚜기라면 주식을 오뚜기에 넘기는 거래가 가능하다. 함 회장은 상속 재원 확보를, 오뚜기는 핵심 자회사 지배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윈윈(win-win) 거래인 셈이다.

오뚜기라면의 순자산은 작년말 기준으로 2648억 원이다. 순자산을 토대로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함 회장 보유분 가치는 943억 원이 넘는다. 상속세 고민을 한번에 털어낼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거래다.

오뚜기제유와 오뚜기SF, 오뚜기물류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해당 계열사 최대주주는 오뚜기이며, 함 회장은 경영권 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희석 리스크가 없는 만큼 필요에 따라 언제든 지분 유동화가 가능하다. 물론 비상장 주식인 까닭에 여러 고려 사안을 검토해야만 한다.

오뚜기라면과 마찬가지로 이들 계열사들 또한 그룹 수직계열화 체제 안에 포함돼 있다. 오뚜기제유와 오뚜기SF,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73.9%, 75.2%, 79%에 이른다. 오너 일가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수직 계열화 중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구조다.

업계는 결국 개인회사들이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함 회장이 마음 편히 상속세 납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당 수익이 매년 나오고 있고, 추가 목돈이 필요하면 그룹 차원의 지분 유동화 거래가 가능한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상속은 결국 세금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활용할 수 있는 지분들이 많아 납부 세액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