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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의 당당한 일감 몰아주기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7-07-28 08:18:58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6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제1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효율성'은 최고의 미덕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 이것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해왔다.

그런 면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한 도구로 읽히기도 하고, 효율 극대화를 위한 기업의 전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보안 문제와 대체재 부재 때문에 반드시 내부 일감에 의존해야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는 주홍글씨 그 자체다.

오뚜기는 요즘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 간 첫 회동에 중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상생 협력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은 새정부가 모범사례로 오뚜기를 지목했다는 평이 많다. 실제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1.16%에 불과하다. 아울러 협력 업체들과 상생 방안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쏟아지는 미담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착한기업의 대명사가 된 오뚜기도 일감 몰아주기 잣대를 들이대면 한 없이 작아진다. 오뚜기라면은 내부 일감 비율이 99%에 달한다. 참기름와 후추 등을 만드는 오뚜기제유 역시 연간 640억 원 어치의 계열사 일감을 받고 있다.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알디에스는 그룹 물류와 시스템통합(SI) 거래를 도맡고 있다.

오뚜기가 대규모 내부 거래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라면과 빵, 제과, 조미료, 물류,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의 전문 업체들이다. 모기업인 오뚜기는 각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종 판매 창구도 오뚜기로 일원화했다. 분업 효율을 극대화한 수직 계열화 시스템의 전형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적폐의 온상이 될 때도 많다.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적정 거래 가격을 무시하거나, 공정한 경쟁 없이 내부 거래가 이뤄지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하지만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효율성의 산물로 나온 수직계열화 시스템이나 공정거래위원회도 명시하고 있는 예외 사항(보안성, 효율성, 긴급성)까지 부도덕한 일감 몰아주기로 낙인 찍어서는 안된다.

내부 거래만 놓고 보면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기업이다. 그럼에도 결코 나쁜 기업은 아니다. 당당하기 때문이다. 법만 제대로 지킨다면 수 천억 원을 상속 받아도 박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오뚜기가 증명했다. 오뚜기가 이제 일감 몰아주기 주홍글씨에 균열을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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