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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거래 않고도 최대 이익…오뚜기 정신 [중견 장비업체 분석]①주성엔지니어링 올해 최대 이익 전망…'기술'로 위기 극복

이경주 기자공개 2017-09-14 08:16:14

[편집자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 디스플레이업계도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당장 한국 장비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등의 대규모 수주의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 면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국 중견 장비업체들의 과거와 현주소, 미래 청사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계의 대부' '벤처창업 신화'. 황철주(사진)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회장에게 붙여진 별칭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국산화를 이뤄낸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황 회장은 '벤처 신화'를 넘어 '위기 극복'의 대명사로도 손꼽힌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설립 후 20여년 동안 심각한 위기를 몇 번이나 맞았다. 전 직장에서 삼성전자 장비를 담당했던 황 회장은 사업 초기 삼성전자와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거래 담당자간 비리가 적발되면서 삼성과 거래가 영구 정지됐다. 삼성과 거래가 끊기면서 경영권을 외부에 넘기는 고민을 할만큼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다. 황 회장은 디스플레이 장비로 눈을 돌려 다시 회생했다. 몇해전엔 태양광 장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가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7전8기 다시 재도약에 성공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올 예상 영업이익 530억…1995년 설립 이래 최대

증권가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매출 3230억 원, 영업이익 53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매출(2680억 원)은 20.5%늘고 영업이익(377억 원)은 40.6%나 늘어난 수치다. 이미 상반기 큰 폭의 성장을 달성했다. 상반기 매출(1525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1%, 영업이익(256억 원)은 47.7% 증가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연간실적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슈퍼싸이클에 진입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이 대형 투자를 잇따라 단행해 수혜를 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에 최신설비인 원자층증차장비(ALD. Atomic Layer Deposition)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995년 설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수주가 확정된 상황에서 추정한 영업이익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실현될 전망이다. 올해가 주성엔지니어링 22년 역사의 최고 전성기인 셈이다.

◇22년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 '기술'…매각 위기 극복 비결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은 창업주 황 회장의 '기술' 우선주의에서 나온다. 주성은 몇 번의 도산 위기를 맞았으나 기술력으로 이를 뛰어넘었다.

황 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 한국 영업법인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고객사인 삼성전자 설비를 담당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장비를 전량 외국에 의존하던 상황이었다.

황철주
1993년 ASM이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자 황 회장은 사표를 쓰고 주성엔지니어링을 세워 장비국산화에 나섰다. 황 회장을 신뢰했던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대규모 발주를 냈다.주성엔지니어링은 설립 2년만인 1997년 매출 241억 원, 영업이익 7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1%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후광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은 1999년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대박을 쳤다. 당시 공모가는 34만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2000년 초 시가총액은 무려 3조 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2001년 삼성전자가 거래를 급작스럽게 중단하며 주성엔지니어링은 존립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와 주성엔지니어링 거래담당자간 비리가 발생한 것이 화근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2년 매출(227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영업적자 520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업체가 주성엔지니어링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까지 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증착장비 기술을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확대해 위기를 타개했다. LG디스플레이(당시 LG필립스LCD)가 장비를 받아주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는다. 2004년 매출 1669억 원, 영업이익 355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태양광 장비 사업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 해 매출 800억 원에 영업손실 838억 원을 기록했다. 황 회장은 이번에도 대규모 R&D(연구개발)을 단행하는 역발상 투자로 승부를 걸었다. 2012년 R&D비용은 564억 원으로 그 해 매출의 73.3%에 달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 영업이익 1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시작으로 2014년 96억 원, 2015년 153억 원으로 점차 늘더니 올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는 상황까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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