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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진화]글로벌 수준에 도달한 '승계 시스템'②사외이사 다양성·독립성 우수...이사회 중심 풍토 안착 관건

김선규 기자공개 2017-09-21 09:53:39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승계는 이사회의 주된 역할이며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로 규정되고 있다.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인 주주권익, 이사회 독립성, 임원평가 시스템, 경영 투명성(공시) 등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영권 교체 시기에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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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의 승계 프로그램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독립성, 임원 보상 및 평가 체계, 공시 제도 및 정보 게시 여부, 후보군 육성 측면에서 해외 대형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 '지배구조내부규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대표이사(CEO) 등 임원 추천을 위한 위원회(임추위) 설치, 경영 승계 정책 및 계획 마련,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 강화, 지배구조에 관한 연차보고서 발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감사위원회 신설까지 갖추면서 경영권 승계 투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기능을 적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을 보더라도 국내 금융지주사는 법률, 금융, 경제 등 특정 분야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성 원칙'을 고수한 반면 영국 및 호주, 미국 등은 특정 분야(금융) 출신이 60%에 달한다.

물론 일부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CEO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새 나오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BNK금융지주의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드러난 CEO리스크나 외부 입김 등은 국내 금융지주사의 거버넌스가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KB금융지주의 경우 노조가 회장 인선에 정치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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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온갖 루머와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것은 비단 국내 금융지주사에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미 엄격한 지배구조와 내부 통제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대형은행의 승계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Plc)다.

지난 2014년 7월 영국 대형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 이사회가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스탠다드차타드 주주인 우드사이드홀딩스인베스트먼트(Woodside Holdings Investment Management)가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당시 그룹 CEO인 피터샌즈(Peter Sands)가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회장이자 이사회 멤버인 존피스(John Peace)는 피터샌즈 CEO와 그의 경영전략에 대해 지지하는 공식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요 주주들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이사회 일부 멤버까지 경영진 교체 촉구에 나섰다. 결국 스탠다드차타드는 경영권 승계(succession planning)에 착수했고, 후임 선정 과정에 일부 진통을 겪으면서 이듬해 새로운 CEO를 맞이하게 됐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글로벌 금융지주사 중 지배구조가 가장 잘 구축된 기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CEO 선임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주, 이사회, 경영진 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스탠다드차타드 뿐만 아니라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등 글로벌 대형은행에서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루머와 잡음에 시달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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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 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항을 상장규정 혹은 모범규준으로 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지침(corporate governance guidelines)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 지침에 경영승계 계획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독일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Deutscher Corporate Governance Kodex)을 시행하고 있으며 '원칙 준수, 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을 적용해 세부 조항을 따를 것을 권고하되, 따르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영국에서도 '원칙 준수, 예외 설명'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고위 경영진 역할 및 적격성 심사 관련사항 규정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승계계획, 임원 보상 및 인사 평가를 맡고 있는 소위원회 운영, 후계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으며, CEO연령, 연임, 재신임주기 등 제한 요건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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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은행들이 지배구조와 승계 프로그램을 잘 구축하고 있음에도 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에는 명확해 해답이 없다"며 "하드웨어가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회사의 경영상태, CEO의 경영형태, 외부여건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EO, 사외이사, 임원,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이 왜곡된 지배구조를 유지할 유인을 가지고 있으며, 바꿀 의지가 없으면 지배구조가 제대로 구동하기 어렵다"며 "이는 전략적 대주주가 없고, CEO나 사외이사 임기가 단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기성과주의도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를 제도적으로 너무 옥죄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금융회사와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놔두는 것이 필요하며,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정착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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