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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진화]법률 정비 어떻게 이어져왔나③6년 논의 끝 도입 마무리, KB·신한 사태가 이끈 변화

김장환 기자공개 2017-09-22 08:50:0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1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국내에서도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글로벌 금융사들이 경험했던, 그리고 대외적으로 보여줬던 일들을 단순히 넘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다. 이런 와중에 씨티(citi)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금융사들은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 금융사의 주가 하락은 당시 대외적인 영업 환경 변화나 실적 약화 등 요인에 있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 승계가 지연되면서 비롯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동일한 특성 속에서도 대주주가 지배하는 일반 기업의 양상과 사뭇 달랐다. CEO 승계 혼란이 곧 금융업 근간인 '신뢰'를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일이었다. 물론 이는 단편적인 사례이긴 하나 은행에 투명한 경영 승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자극을 심어줬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금융위원회는 2010년 3월 금융권역 지배구조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금융권 지배구조 정비 숙제의 모범 답안을 찾기 위한 연구에 돌입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금융안정위원회 등 여러 국제 기구들로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보상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받은 게 연구가 시작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완성되기까지 6년이란 기간이 걸렸다.

법안 시행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근거해 은행 지배구조를 통제하고 있었다. 2000년 10월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은 외환위기 이후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 목적이 담겨 있었다. 이를 시행하면서 국내 은행들은 금융지주사 설립에 앞다퉈 나섰다. 순수 지주사를 통해 은행 계열 전반을 지배하고 지금과 같은 매트릭스 경영 체제를 도입, 정착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된 법이다.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도 지배구조 통제 수단이 됐다.

문제는 해당 법률만으로 당시 은행 지배구조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해결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금융지주회사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았다. 금융지주사와 자회사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 지주사 CEO에게 권한이 집중됐다. 경영진 견제를 위해 힘을 실어줬던 사외이사 제도는 집단화, 권력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주주권 행사가 어려웠고, 또 은행들은 최고경영자에 대한 승계 계획도 부실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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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 의식을 뒤로 하고 탄생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주로 CEO 리스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국내 금융권에는 CEO 리스크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던 주요 사건들이 있었다. 2010년 초 불거졌던 KB금융지주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건호 국민은행장은 돌연 후보를 사퇴한다. 선출 절차가 불공평하다는 내부 반발이 강하게 일면서다.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가 지나치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게 문제가 됐다.

그 해 말 신한은행 사태까지 터졌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경영권 다툼에서 불거진 사건이었다. KB금융지주는 2014년 전산교체를 두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법적 다툼을 겪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견제기능 약화, 미흡한 승계프로그램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지배구조법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런 과거를 딛고 탄생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보여준 이전 법과 가장 큰 차이는 '리스크(risk)'를 법제화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은행은 리스크를 인수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소위 '리스크 센터(risk center)로 불린다. 예대마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투자금융 상품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상법에는 리스크란 개념 자체가 도입돼 있지 않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은행이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리스크 관리 조직을 정비토록 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이외에도 감사위원 선임절차를 개선해 금융회사 경영진 감시를 보다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엄무집행책임자는 임원과 동일한 자격을 부여해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했다. 준법감시인과 리스크관리책임자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선임토록 하고 임기를 정해 충실한 역할 수행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는 주기적으로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해서 경영 자율성을 보장토록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해 지배구조 자체가 곧 당국의 건전성 규제 수단 중 하나가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 운영원칙이 이해관계자를 중시해야 함을 명확히 했고 은행, 금투사, 보험사 등 상이한 금융사간 단일 지배구조 기준이 마련돼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기준을 세워두고 있던 은행 지배구조법보다도 더 그 기준이 강화됐다"며 "이사 책임 범위가 금융시장 안정성까지 확대되면서 법률이 정한 이사 책임이 강화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고 평했다.

결론적으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 후 가장 큰 성과는 국내 은행권이 CEO 승계 시스템 투명도를 확연히 높이게 됐다는 점이 거론된다.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해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은행 전반이 이에 맞춰 각기 다른 내부 규범을 도입하고 지배구조 재정비와 클린화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은행권 지배구조가 법안 시행 이후 선진국 반열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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