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금융, 자회사 나이스핀링크 합병 왜? 중복사업 통합 통한 시너지 극대화, 투자여력 확보 차원
안경주 기자공개 2017-11-24 09:15:51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2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자동화기기(CD/ATM) 사업자로 알려진 한국전자금융이 나이스핀링크(옛 BGF핀링크)를 흡수합병한다. 한국전자금융 최대주주인 나이스(NICE)홀딩스의 지분율이 희석되지만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탓이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전자금융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자동화기기 부가가치통신망(CD VAN) 사업 등 중복사업 영역에서의 시너지 창출과 경영효율성 증대 등을 위해 자회사인 나이스핀링크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전자금융은 존속법인으로 남고 나이스핀링크는 소멸될 예정이다. 예정 합병기일은 내년 1월31일이다.
나이스핀링크는 한국전자금융과 BGF네트웍스(BGF리테일의 자회사)가 각각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자금융은 이번 흡수합병 과정에서 신주 863만719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합병신주는 한국전자금융과 BGF네트웍스가 나눠 갖는다. 이번 합병신주 발행으로 한국전자금융 최대주주인 나이스홀딩스의 지분율은 46.99%에서 35.28%로 11.71%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한국전자금융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지만 중복사업 정리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 나이스핀링크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자금융은 지난 8월 BGF네트웍스로부터 BGF핀링크(현 나이스핀링크) 지분 50%(주식 100만 주)를 인수했다. 특히 BGF네트웍스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50%도 2년 후에 인수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에 합의했던 만큼 한국전자금융과 나이스핀링크의 합병은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한국전자금융이 나이스핀링크를 인수한 지 불과 3개월만에 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예상보다 합병작업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합병을 서두른 것일까.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중복사업 정리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다. 한국전자금융과 나이스핀링크 두 곳 모두 CD/ATM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자체 CD/ATM기기를 통해 제1금융권, 제2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CD/ATM기기 사업을 위해 전국적으로 구축된 서비스 인프라가 중복돼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CD/ATM기를 운영하기 위해선 거점지역에 AS센터, 자금센터, 현금수송센터 등을 둬야 한다. 자금센터는 CD/ATM기 운영을 위한 현금을 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현금수송센터는 CD/ATM기에 현금을 직접 채우는 역할을 한다.
한국전자금융 관계자는 "CD/ATM기 1대당 평균 출금건수와 건당 수수료는 정체된 상태인 반면 노무비와 통신비, 차량유지비 같은 고정비용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합병을 통해 한국전자금융과 나이스핀링크의 업무를 통합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CD/ATM기기 사용건수 감소와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매출 정체와 수익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가구조를 개선시킬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업계 안팎에선 향후 BGF네트웍스로부터 나이스핀링크의 나머지 지분 50%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전자금융은 나이스핀링크를 인수하면서 BGF네트웍스와 풋옵션 조항에 합의했다. 풋옵션 내용은 2년 후 BGF네트웍스가 나이스핀링크의 나머지 지분 50%를 한국전자금융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작업이 끝나면 한국전자금융과 BGF네트웍스 간에 체결된 풋옵션 조항은 사라지게 된다. BGF네트웍스가 보유한 나이스핀링크 지분이 한국전자금융 지분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금융은 나이스핀링크의 지분 50%를 인수하는데 385억 원을 썼다. 추가 지출이 불필요해진 만큼 한국전자금융은 향후 신규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전자금융 자기주식을 매각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합병 종료 후 한국전자금융의 자기주식 수는 431만5360주(지분율 12.46%)다. 21일 종가(1만400원) 기준으로 약 448억 원 가량된다. 한국전자금융에 대한 나이스홀딩스의 지배력 등을 감안해 당장 매각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신사업 투자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전자금융은 합병을 통해 중복사업 정리 뿐만 아니라 신규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자기주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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