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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해외부실 진원지 '중동' [대우건설 M&A]모로코 이어 사우디도 위험…경쟁입찰로 출혈 발생

이상균 기자공개 2018-02-13 08:17:05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9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로 매각작업이 중단되면서 진원지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모두 이 지역에서 쓴 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건설사들에게 ‘오일 달러'를 안겨줬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은 2000년 이후 경쟁입찰이 자리 잡으면서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국내 건설사들간 출혈경쟁이 벌어졌고 아직까지도 수천 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중동의 산유국과 달리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는 공사손실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우디, 현지인 의무고용제도 부담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을 바라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해외사업 부실로 어닝 쇼크를 경험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각 건설사마다 납기일이 한참 지난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쌓여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대우건설처럼 해외사업 부실이 언제 또 다시 불거질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이 발생한 지역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주거용 건물, 상하수처리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은 아니었다.

2014년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모로코에서 수주한 금액도 1억 7337만 달러에 불과하다. 2014년 이전(39억 781만 달러)과는 천양지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모로코는 부실이 크게 불거진 곳은 아니었다"며 "사실 여타 중동 산유국에 비하면 관심도가 떨어지는 국가"라고 말했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산유국을 대표하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다.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까지 사우디에서 수주한 금액만 1399억 달러로 모로코의 30배가 넘는다. 사실상 중동의 플랜트 발주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다.

사우디는 2000년대 이후 5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의 계약에서 경쟁 입찰로 전환시켰다. 심지어 입찰 1, 2위 업체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가격 경쟁을 부추겼다. 사우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럽 건설사들이 떠났고 그 자리를 국내 건설사들이 메웠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가 발주하는 프로젝트는 기술평가 점수 비중이 높은데 이는 사업 경험이 많을수록 점수가 쌓이는 구조"라며 "국내 건설사들은 기술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현지 사업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 사우디에서의 성공 경험을 떠올려 출혈 경쟁을 벌였지만 패착으로 이어졌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정부 재정이 악화되자 사우디는 준공 확인증 발급을 미뤘다. 공사비 지급을 미루기 위해서다.

사우디의 현지인 의무고용제도도 부담이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는 고용 인력의 10~15%를 현지인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현지인 중 기술 인력이 많지 않고 건설현장이 대부분 도시 외곽에 위치해 현지인들이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깔끔한 두바이, 공사비 지급 철저해

두바이 시장은 사우디와는 정반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 저유가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석유 대신에 일찌감치 금융, 부동산, 관광업에 주력해왔다. 여타 중동국가와 달리 정치와 종교 분쟁이 거의 없고 치안이 안정돼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주변 국가가 분쟁으로 몸살을 앓을수록 중동 부자들이 두바이 투자를 더욱 늘린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가 안정돼있어 투자금 손실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바이 부동산 개발을 주도하는 개발업체들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 등에서 넘어와 20년 넘게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이들 국가의 정국이 불안한 것과 달리 두바이는 안정적이어서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건설사들도 두바이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납기일이 연기되거나 공사비를 못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2000년 이후 두바이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금호산업과 두산중공업, 반도건설, 삼성물산, 신성건설, 쌍용건설, 현대건설 등이다.

다만 두바이도 최근 건설사간 입찰 경쟁이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두바이 부동산 개발업체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은 가격 경쟁력이 약해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도와 터키 건설사들이 저임금을 앞세워 수주를 늘리고 있다"먀 "중국 건설사들도 밀려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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