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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우드·블루버드, 잇단 좌초 위기… 왜? [골프장 M&A 줄무산]①구사주 방해공작 관측..회원들 손실 증폭 우려

한형주 기자공개 2018-02-14 13:41:01

[편집자주]

'회생계획 인가 전 M&A' 제도가 가진 허점 때문에 골프장 M&A가 연달아 무산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 제도의 특징은 관계인집회 전 매매대금 납입이 먼저 이뤄진다는 점인데, 인수자로선 채권자 동의 절차까지 거치는데까지 금전적, 시간적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이마저도 마지막 관문인 채권자 동의를 못받으면 소용이 없다. 채권자들이 부당한 사유로 매각을 가로막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골프장 M&A에 나서려는 투자자를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무산됐거나 무산 위기를 맞은 회원제 골프장 매각 거래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회생채권자 동의의 벽에 가로 막혔다. 인수자로 나섰던 투자자들은 "다시는 골프장 M&A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국내 골프장 산업 M&A 활성화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납입의 효력이 유명무실한데 누가 공개경쟁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느냐는 논리에 기인한다.

법정관리 기업 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인가 전 M&A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 관련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버드우드 '좌초', 블루버드 '위기'

지난달 31일 열린 블루버드CC 관계인집회. 서울회생법원 제11부는 PE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제출한 블루버드CC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회생채권자 동의율이 62.7%에 그쳐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주주(주식총수 50% 이상) △회생담보권자(채권액 75% 이상) △회생채권자(채권액 66.67% 이상) 3자 동의를 거쳐야 한다. 단 블루버드CC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주주 의결권이 없고 회생담보권자도 없다. 회생채권자 동의만 얻으면 되는데, 큐캐피탈은 4%도 안되는 차이로 좌절해야 했다.

큐캐피탈은 규정에 따라 관계인집회 5영업일 전까지 블루버드CC 인수대금 1375억원을 완납했다. 이 중 600억원은 인수금융(Loan)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금리 6%가량을 감안해도 하루에 900만원꼴로 이자가 발생한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대전지방법원 파산부가 버드우드CC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여기서도 인수자인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채권자들과의 변제율 조율에 실패한 것이 다 잡은 매물을 놓친 원인으로 작용했다. SM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작년 4월. 인수금의 절반가량(약 300억원)을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했으니, 8~9개월 간 이자만 지불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SM의 버드우드CC 인수는 좌초됐고, 큐캐피탈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블루버드CC 2·3차 관계인집회를 기다리고 있다.

◇매각 반대 채권자 '노림수'는

인가 전 M&A에서 법원이 기업의 새 주인을 결정하는 데 채권자들의 강한 개입을 허용하는 것은 단연 채권자 권익 보호를 위해서다. 법원이 지정한 우선협상자(큐캐피탈·SM 등) 외에 다른 인수후보들도 회생계획안을 낼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서울회생법원은 작년 11월 본계약 당사자인 큐캐피탈 뿐 아니라, 일부 회원으로 구성된 통합비대위(비대위)와 회원연합회에게서도 각각 계획안(총 3개)을 접수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대위는 자신들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에 의해 배제되자, 큐캐피탈의 블루버드CC 인수를 무산시켜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문제는 '채권자 보호'의 혜택이 채권자 전반에 두루 적용되지 않고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가 전 M&A에서 제3자로의 매각을 저지하는 세력은 대개 옛 사주인 경우가 많다. 블루버드CC의 경우 기존 대주주인 이영규 우영메디칼 대표가 뒤에서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버드우드CC나 블루버드CC 같은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권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상환을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반환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회원들은 이들 골프장이 그간 회생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이유로 회사에 가압류를 하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다시 가압류가 들어오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골프장 영업은 불가하다.

게다가 큐캐피탈은 블루버드CC의 채무 변제를 위해 골프장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담보로 120억원 규모의 DIP(Debt In Possession) 대출을 해줬다. 계약서상 트리거 발동시 대출금 회수 용도로 확보 중인 부동산 신탁채권을 공매 처리할 수 있다. 큐캐피탈은 '관계인집회 부결'을 트리거로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압류로 영업을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공매가 현실화되면 골프장 영업권은 제하고 땅만 넘어가게 된다. 나중에 땅을 사가는 쪽이 골프장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회원들도 자연스레 이탈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공매로 가면 돈 있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현재 블루버드CC의 공시지가는 1200억 원가량으로 파악되는데, 공매로 내놨을 때 인수자가 없어 유찰이 거듭될수록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청산가치는 500억~600억원 수준. 추후 응찰자가 이에 부합하는 정도 값만 제시해도 낙찰될 수 있다. 27홀 골프장이 단 600억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큐캐피탈의 대출금과 지연이자(대략 150억원)를 떼고 남은 450억원에 블루버드CC 회원 입회보증금 및 금융권 차입금 총계 2930억원을 반영시, 변제율은 잘해야 10%대란 계산이 나온다. 2014년 쌍데힐CC 매각 결렬 이후 SG그룹이 공매를 통해 골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의 변제액이 0원이 된 사례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블루버드CC 구 사주가 전면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비대위는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다는 점을 오히려 칼로 활용할 태세다. 비대위에 속하지 않은 회원들을 포섭, 출자전환을 종용한 뒤 감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대폭 줄이는 식이다. 비대위가 당초 제시한 회생계획안대로라면 블루버드CC의 100% 에퀴티 밸류는 5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50억원만 있으면 골프장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회생계획안을 아무나 낼 수 있는 제도 하에서 인가 전 M&A로 인한 회생계획안이 얼마나 강한 구속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며 "인수자가 구 사주 등의 방해를 받으며 매몰 비용(Sunk cost)을 만들고도 딜은 틀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앞으로 누가 법정관리 M&A에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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