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같으면서 다른' 책임경영 전문경영인체제 구축 공통점…오너 '이사 선임' 온도차 선명
노아름 기자공개 2018-03-23 17:57:29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3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요 유통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인다. 신 회장은 물리적으로 이사회 참여가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 타이틀을 유지하는 반면, 정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오너이지만 수년째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재계는 양대 그룹이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비해 책임경영을 가능케하는 토대를 마련해뒀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두 오너의 행보에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다시 말해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그룹 경영의 전반에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고민은 서로 다른 지점에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롯데쇼핑은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롯데빅마켓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된 신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회장은 2015년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2006년 이후 지속해오던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사내이사는 유지해오며 경영상 주요 현안에 대해 이사회 멤버로서 의견을 내 왔다. 롯데제과의 상황도 비슷하다. 신 회장은 2006년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이사직을 계속 유지했다. 이날 개최된 롯데제과 주총에서도 신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앞서 신 회장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요구에 의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아 구속됐다.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신 회장 재선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날 주주총회는 이원준 롯데쇼핑 이사회 의장(부회장)의 개회선언 이후 25분만에 마무리됐다. 관심을 모았던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이 이변없이 통과됐다. 롯데그룹은 제3자뇌물죄에 대한 최종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경우 유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점 등이 감안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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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시선은 유통맞수로 꼽히는 신세계그룹으로 옮겨갔다. 신동빈 회장과 달리 정용진 부회장은 6년째 신세계와 이마트 등 주요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2013년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지난 16일에 각각 진행된 신세계와 이마트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 선임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통해 정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 오너남매의 각자의 영역이 구축된 터라 굳이 등기이사에 올라 각각 계열사의 영향력을 재확인받을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배구조 재편과 형제간 경영권분쟁이 종결되지 않은 롯데그룹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과도기에서 신 회장이 이사회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이 이변없이 통과되긴 했지만 롯데그룹의 고민은 깊어갈 것"이라며 "단순히 책임경영을 위한 결정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분쟁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유경 남매의 사업부문 교통정리가 마무리 수순에 돌입하며 오너 간 경영권분쟁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다. 지분 구성을 감안하면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은 정 부회장이,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정 총괄사장이 각각 나눠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 등은 미등기 상태에서도 신사업에 집중해 경영일선에서 계열사를 두루 아우르고 있다"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 회의를 이어가고 있어 (정 부회장 등이) 책임경영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은 우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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