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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시와 우버' 혁신성장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정강훈 기자공개 2018-11-12 08:07:5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8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수년간 정부의 산업 정책을 보면 중소벤처기업 성장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간 국내 경제 발전을 주도한 제조업들이 점차 쇠퇴하면서 사실상 중소벤처기업이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는 창조경제, 현 정부는 혁신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최근 정부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탈 종사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탈 종사자들에게 혁신성장의 방법을 요구했다. 벤처캐피탈 종사자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정부의 지원 이전에 벤처기업들이 규제 없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사례가 카풀 서비스였다.

최근 카카오는 카풀 업체인 럭시를 인수하며 차량공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대적인 파업까지 벌였다. 택시업계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프레임으로 카카오를 공격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시장 개방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면 차량공유 사업은 고작 택시운수업과 경쟁 관계인 수준이 아니다. 대표적인 업체인 우버의 경우 현재 기업가치가 130조원으로 미국의 3대 완성차 업체인 포드, GM, 피아트크라이슬러를 합친 것보다도 크다. 국내에서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면 현대차 그룹을 뛰어넘는 스타트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또한 우버, 그랩, 리프트 등 선두주자들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푸드 딜리버리, 트럭 물류 시장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자율주행에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소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소비 패턴이 미래에 공유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차량공유 업체들이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쥐락펴락하는 위치가 된다.

이런 변화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무인 택시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개막이 되면 현재의 택시운수업 구조는 경쟁력을 잃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전세계 자동차 관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택시업계의 반대로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 시장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핀테크, 헬스케어, O2O 등 많은 업종의 벤처기업들이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다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기존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타트업의 사업을 막아야만 할까. 이런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혁신성장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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