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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갑질'에 왜곡된 금리 [일괄신고채 수요예측 요구]경쟁 부추기는 발행사…정보 비대칭성 악용

민경문 기자공개 2018-11-30 08:37:21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7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전 공기업들의 비상식적 회사채 금리를 주관 증권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갑(甲)의 입장인 발행사는 시장 수급과 관계없이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거나, 미리 금리를 정해 놓고 그대로 발행하라는 식의 압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 오히려 초우량 이슈어가 왜곡된 금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월 입찰을 마친 동서발전과 서부발전의 회사채 3년물 수익률은 '국고채+1bp'라는 파격적 금리로 결정됐다. 발행사로서는 초저금리 조달이라는 자랑거리가 생겼지만 분명 수급에 기초한 결과는 아니었다. 일괄신고채였던 만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의무는 없었다.

주목할 부분은 일부 발전 자회사의 경우 굳이 3년물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나머지 만기는 20년물과 30년물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증권사간 입찰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3년물을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수료 녹이기 등 증권사의 제살 깎아먹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3년물 발전 자회사 채권을 국고채+27bp 수준으로 시장에 되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억 물량 기준으로 주관사는 6억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형 증권사의 실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문제지만 발행사의 '갑질' 행태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발전 자회사를 포함한 공기업 채권의 불합리한 가격 결정은 서면 입찰 시스템에서 두드러진다. 보통 증권사들은 입찰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우려해 마감 시간이 임박해 제안서를 제출한다. 발행사는 마감 시한이 지난 제안서를 받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데드라인을 넘겨서 받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입찰 정보를 흘려 사전에 내정돼 있는 특정 회사에 대표주관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와 발행사간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하는 행태다. 특히 지방 공기업이나 도시공사 채권 입찰 과정에서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발행사는 일괄신고로 채권 입찰에 나섰다가 금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당초 발행 물량을 임의로 줄여서 투자자들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낮은 금리로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에게만 물량을 배정하는 식이다. 시장과의 약속을 져버리고 '이헌령비헌령' 식으로 발행 물량을 조정하면서 적정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행태다.

투자설명서나 추가서류를 지연 공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투자설명서는 회사채 청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핵심 검토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청약은 물론 발행이 아예 끝난 이후에야 공개되는 경우도 있었다. 투자자로서는 기업 정보나 회사채 발행과 관련한 사전 정보를 접할 중요한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한전 등 일부 발행사는 전자입찰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매한가지"라며 "수요예측이 의무화되지 않는 이상 기존 발행사들이 지금의 입찰 시스템을 포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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