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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코스닥 상폐' 후유증

신상윤 기자공개 2018-12-14 13:24:06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3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급하니까 기자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제발 취재 좀 부탁합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절박함이 느껴졌다. 이달 초 모르는 번호로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대구에서 거주하는 50대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올 늦여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개인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외부 감사인의 '의견거절'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다. 이 회사는 법원이 상장폐지 중단 가처분 신청을 내리면서 실낱같은 회생 가능성을 안고 있다. 계절이 바뀌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해 2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경영진 퇴진을 이뤄냈다. 감사의견 거절의 단초가 됐던 해외 법인 두 곳 가운데 한 곳의 감사보고서도 받았다.

주주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재감사를 진행할 회계법인에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는 등 힘을 모았다. 늦여름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졌던 주주들이 수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장폐지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고의 상장폐지 의혹도 불거졌고 주주들 간 의견 다툼도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회사에선 문전박대를 당했고 일부는 이에 격한 항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주주도 경영진의 이 같은 모습에 답답함을 호소했던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되돌아보면 유독 상장폐지 이슈가 많았다. 엄격해진 규정 탓에 연초부터 15개 코스닥 상장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10여개의 기업이 퇴출당했다. 연말을 앞두고 MP그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기업들도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도마 위에 올라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상대적으로 주목도는 낮지만 마제스타, 차이나하오란 등 상장폐지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상장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회계 감리를 착수했다. 물론 상장폐지를 위한 목적은 아니겠지만 기업들은 물론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기관을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나기 전까지 마음을 졸여야 한다. 올해 상장폐지 대상 기업으로 분류된 곳들은 대부분 내년으로 결론이 미뤄졌다.

최근 만난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도 "투자한 기업의 IPO가 줄줄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며 "상장폐지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가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시장 불신이 상장마저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내년에도 주주들이 거리로 나오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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