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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펀드, 옛 동료 애널은 어떻게 볼까 [크레딧 애널의 수다]①최초의 주주행동주의 기대감…섣부른 배당요구·엑시트는 역풍

심아란 기자/ 피혜림 기자공개 2019-01-17 14:51:08

이 기사는 2019년 01월 15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다. KCGI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CGI는 첫 번째 타깃으로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KCGI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단숨에 2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12월에는 ㈜한진의 지분 8.03%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분 매입의 목적을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라고 밝혔다. KCGI는 앞으로 한진그룹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강성부 펀드의 엑시트 성공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펀드 수익도 올려야 하니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섣불리 배당을 요구하거나 엑시트를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KCGI가 주주행동주의의 첫 번째 성공 사례가 될지 기대하고 있다.

C: 강성부 대표가 본인 시나리오대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솔직히 놀랐다. 보통 PEF라고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강성부 펀드는 국민들이 다 성공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기업이 아닌 펀드 편을 들어주는 사례는 거의 처음이다. 이 펀드가 실패하더라도 하나의 히스토리로 남을 거다. 게다가 행동주의펀드의 대표가 외국인이 아니다. 이게 포인트다.

A: KCGI가 타깃을 잘 찍었다. 한진그룹이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데다가 효율화 할 수 있는 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처음이니까 잘 됐으면 하는데 나오는 게(엑시트)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일단은 이 그룹을 쪼개서 팔거나 흔들면 안 된다. 기존의 사업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면서 동시에 펀드 수익도 올려야 한다. 만약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에 자산 처분을 요구하고 주가 올려서 바로 엑시트 하면 욕 먹을 수밖에 없다.

B: 2010년도에 야후가 철수했다. 그때 야후 회장이 미녀의 비서들을 고용해서 고액의 연봉을 주고 사무실 인테리어에 수십억을 쏟아부어서 뉴스에 나올 때다. 당시 사람들은 금융위기 때문에 죽네사네 하고 있었다. 이때 주주행동주의 펀드(shareholder activism)가 생기면서 야후 지분을 쪼개고 분사해서 다 주주배당으로 환원했다. 성장이 정체된 기업이 과거에 번 돈을 탕진하는 것에 분노하던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캘리포니아 연기금 CIO가 "주주행동주의는 하나의 패션이 아니고 투자방식이자 철학"이라고 말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굳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유사한 흐름이라고 본다. 행동주의펀드가 실제로 회사에 기여하고 성공한 사례를 보면 평균적인 지분 보유 기간이 22개월 이상이다.

C: 저 같으면 호텔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을 제값 받고 팔아서 차입금부터 갚을 거 같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부채비율이 높다. 회사가 과도한 이자 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재무리스크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강성부 펀드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신뢰를 얻을 것이다. 그러고나서 배당을 요구해야 한다. 처음부터 달려 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A: 기업용 자산 같은 부수입 자산 정리해서 차입금을 갚고 항공기 등 사업에 투자해서 실적을 개선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자연스레 주가가 올랐을 때 엑시트하면 진짜 박수 받을 일이다.

C: 현대차가 BMW나 아우디의 성공한 임원들을 영입하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강성부 펀드도 대한항공의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블루젯 같은 성공한 항공사의 임원을 영입해 대한항공의 이사로 파견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D: 행동주의펀드로 돈 벌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사실 엑시트가 쉽지 않다. 오히려 행동주의펀드가 들어가는 회사에 편승해서 투자하는 케이스도 많다고 한다. 펀드 뒤에 숨어서 투자하면 욕 먹는 걸 피하면서 수익을 챙길 수도 있다.

C: 일종의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다.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alternative investment) 전략 중 하나다. PE에 직접 들어가면 GP를 선정하는 비용이 든다. 따라서 다른 펀드에 들어가서 PE 전략을 카피하는 거다. PE가 투자하면 같이 들어가고, 엑시트 하면 따라하는 식이다. 단점은 PE가 어떤 로직으로 굴러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좋은 트랙레코드 가지고 있고 좋은 인력을 지닌 PE라면 따라서 투자해볼 수도 있다.

D: 저도 돈이 있다면 강성부 펀드에 넣지 않고 그렇게 넣겠다. 성공 확신이 있다면.

C: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러시아 아저씨가 번다고.

A: 그러고선 "네가 한 거에 나는 내 지분 표결 줄게. 사실 난 숨은 독지가였어." 나중에 ETF(Exchange Traded Fund)도 나오겠다.

C: 강성부 펀드의 전략을 따라하는 히든 지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A: 진짜 '같이투자'네. 투게더(together)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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