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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체제 9개월, '충돌일까, 성장통일까' [시험대 오른 금감원] ③금융위·관료집단과 잦은 충돌…개혁성과 아직 미진

원충희 기자공개 2019-02-11 07:52:49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재무 관료 등 관료집단의 압력을 상대해야 한다. 민간 출신 수장을 맞은 지 9개월, 시험대에 오른 금감원의 현 상황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1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독정책상 혼선은 금융의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함께 책임지는 금융위원회 체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교수 시절인 지난 2016년 금감원의 종합검사 기능 폐지를 비판하면서 쓴 서책의 한 문구다. 더 나아가 금융위의 금융산업정책 업무를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은 민간 공적기구 형태로 통합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금융위 해체' 주장이다. 이런 윤석헌 교수가 지난해 5월 금감원장으로 낙점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관료집단과의 불안한 동거를 예상하는 관측이 다수 나왔다.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최흥식, 김기식, 윤석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금감원장으로 꼽힌 인사들을 보면서 금융권에선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모두 최 위원장과는 궁합이 맞는다고 보기 어려운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역대 금감원장들을 보면 거의 모피아(재무관료) 출신이었는데 이번 정권에는 민간 출신들이 잇따라 원장 자리에 앉으면서 지금까지의 관례가 깨졌다"며 "더 문제는 금융위 체제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인사들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금감원장

이를 두고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결부해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늘 대두됐는데 금융감독 기능을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으로 이관하면 위헌소지가 있다는 금융위의 입장과 관료 지휘 아래 감독업무를 집행하는 구조로는 독립성이 없다는 금감원의 주장이 부딪쳤다. 특히 윤 원장은 금감원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금융위와 갈등은 불을 보듯 뻔했다.

예상대로 윤석헌 체제 9개월은 금융위와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그 시작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이다. 금감원이 회계감리 결과 사전통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지난해 5월 1일, 윤 원장 내정은 이틀 뒤인 3일, 임명제청은 4일인 만큼 그가 주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후에 행적들을 보면 갈등을 수습한다기보다 조치안 수정요구 거부, 재감리 사태까지 불거지는 등 확전 양상이었다.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 혁신안도 금융위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렸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상당수였으나 금융위의 이해를 구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추천권을 두고 충돌을 빚었다. 금융위원장에게만 있는 특사경 지명권을 금감원장에게도 부여하자는 방안을 놓고 국회 법안소위에서 고위임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영평가, 예산을 둘러싼 대립은 유독 거칠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삭감, 경영평가 C등급 부여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자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 해체'를 부르짖었다. 현재도 종합검사 기준과 수검대상을 놓고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계 안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내전양상으로 인식되지만 밖에선, 특히 관료집단의 눈에는 금융위가 금감원을 제대로 통제 못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라며 "이런 틈새가 감사원, 기획재정부가 개입할 명분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2017년 9월 금감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놓으면서 금융위가 재정당국(기재부)의 통제를 차단한 채 금감원의 방만조직·인력 운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기재부 역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시도하면서 감사원 지적사항을 내세웠다.

물론 윤석헌 원장 선임이 모든 갈등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금융위-금감원 수직적 이원화 구조인 현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산업정책(액셀)과 금융감독정책(브레이크)을 한곳으로 모아놓은 탓에 상충하기 쉽다. 이 같은 논란의 기저에는 모순적 금융감독 구조로 불거진 금감원의 정체성 혼란이 깔려있다. 다만 금융감독 철학이 다른 수장을 양쪽에 앉혀놓은 게 분쟁을 촉발시킨 원인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융위-금감원 대립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민간 출신 원장의 장악력 한계일 수 있고 관료집단의 금감원 길들이기로 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충돌과 불화로 점철된 금융당국 상황으로 인해 현 정권의 금융개혁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원장을 앉힌 것은 정권 차원에서 금융개혁을 위한 인사실험의 성격으로 관료집단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며 "지난 9개월이 소모적 내전인지 '성장통'인지는 결국 올해 개혁성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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