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남들이 가지 않은 길 택한 NH증권 [thebell note]

최필우 기자공개 2019-02-13 08:59:3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2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NH투자증권이 영업점 직원 평가에 사용해 온 핵심역량지표(KPI)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KPI는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전제로 하는 금융권에서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임직원은 보상을 위해 높은 KPI 점수를 추구하고, 연말 순위표 최상단에서 본인의 이름이나 소속 영업점을 발견하면 자부심을 느낀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역점을 두는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사적 영업력을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KPI가 금융권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돈을 맡기는 고객의 만족보다 실적 쌓기에 치중하는 행태가 만연한 실정이다. 시중은행에서 ELT(주가연계신탁)가 예·적금의 대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ELT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6개월 뒤 조기상환 성공시 재판매로 '수수료 이모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LT가 예·적금과 비교 불가한 고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은 물론 영업점 직원도 모르는 경우가 다수다.

KPI로 영업력을 집중한 게 독이 된 사례도 있다. 철저한 영업점 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A 증권사는 중국주식 유행 초창기 영업에 박차를 가해 시장을 선점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다수 투자자의 원성을 샀다. 이후에는 고금리·비과세 매력이 부각된 브라질국채 중개에 힘을 실었는데, 이번에는 환율 리스크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쯤되자 A 증권사가 손대는 상품은 멀리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KPI에 '고객수익률'이 추가되는 추세다.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자는 감독 당국의 권유를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이마저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고객수익률 항목이 생긴 순간부터 동료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 코스피가 17.28%, 코스닥이 15.38% 하락한 2018년에도 마찬가지다. 손실 방어에 집중했으면 고객수익률이 더 좋았겠지만, 이는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영업 활동이다.

NH투자증권의 변화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NH투자증권은 KPI의 대안으로 영업점 직원이 센터장과 상의해 스스로의 평가 기준을 정립할 수 있게 했다. 직원이 수익률 방어를 기준으로 삼으면 고객의 금융상품을 현금으로 전환해 가지고 있는 것도 실적으로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증시 침체 여파로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고객 지향적 영업으로 IB 거물이 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평가 기준에 개입할 수 있는 센터장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고 임직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회사 수익이나 중점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직원을 위한 별도의 보상체계도 갖춰져야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다른 금융사들은 아직 변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NH투자증권이 금융권에 모범 사례를 남기길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