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젊은 변호사 앞세운 엘리엇…고개 숙였다 현대차 주총서 '주주 설득' 불구 주주제안 채택 모두 실패…"말씀 드릴 것이 없다"
고설봉 기자공개 2019-03-22 13:31:38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1: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 명의 젊은이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관에 들어섰다. 짐이 가득 든 검은색 백팩을 메고 한 손에는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이 빼곡한 종이백을 들었다. 짙은색의 구김 없는 정장 차림이었다. 한눈에도 엘리엇측의 대리인으로 보였다.이날 오전 9시 현대자동차는 제 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장 한 가운데 자리잡은 엘리엇측 대리인들은 각종 수치와 주총 안건이 빼곡하게 적힌 서류를 꺼냈다. 의장인사와 감사보고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부의안건 투표가 시작하자 펜을 들어 바쁘게 서류 여백에 무언가를 적었다.
회의 중간중간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사뭇 진지한 모습에서 일반 주주들과 다른 인상이다. 마치 의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이며 내용을 평가하는 듯 보였다. 상기된 얼굴 한편에 긴장한 모습도 묻어났다.
|
의장을 맡은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부의안건 투표에 앞서 주주제안의 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사장은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대신해 주총에 참석한 대리인의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를 든 진행요원이 점점 홀 중앙으로 다가갔다. 주주들의 시선도 그 요원을 따라 갔다.
마이크를 받아 자리에서 일어선 이는 그 세 명의 젊은이 중 한 명이었다.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 소속 변호사라고 밝힌 그는 정두리 변호사다. 엘리엇을 대리해 주총에 온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대로 주주들에게 엘리엇의 뜻을 전달했다.
정 변호사의 발언이 끝나고 안건 투표가 시작됐다. 의장은 주주제안에 따라 검표위원을 따로 뽑아 투표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특히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엘리엇 측에서 한 명의 검표요원을 선임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엘리엇을 대신해 나선이는 정 변호사였다. 현대차 측에서는 주주 김형규 씨를 추천했다.
|
정 변호사가 단상 오른편에 마련된 투표 집계소로 향했다. 남겨진 두 명의 변호사는 집계가 이뤄지고 있는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1호의안 결과가 나왔다. 의장이 1호의안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사이 남겨진 두 명의 변호사는 바쁘게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다시 펜을 들어 준비해 온 서류에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1호 의안인 기말배당 승인의 건은 현대차의 완승으로 끝났다. 주주 출석률 80.8%로 진행된 투표에서 회사안에 찬성하는 주식은 1억4197만7959주였다. 찬성률 86.0%, 의결권 대비 69.5% 수준이다. 엘리엇이 제안한 안에 찬성한 주주는 의결권 대비 11.0%에 그쳤다.
의장은 장내를 정리하고, 계속 회의를 진행했다. 2호의안이 모두 승인됐다. 이어 진행된 3호 의안은 또 다시 표결에 붙여졌다. 이사 선임을 두고 현대차와 엘리엇은 갈등을 벌여왔다. 양측에서 후보자를 낸 상황인 만큼 주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
후보자 소개가 끝나고 다시 투표가 시작됐다. 정 변호사는 검표위원으로 단상 앞으로 나섰다. 자리에 남겨진 두 명의 변호사는 다시 귓속말을 시작했다. 들릴 듯 말듯한 그들의 대화가 끊길 무렵 투표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현대차의 완승이었다. 현대차 이사회에서 추천한 윤치원, 유진 오, 이상승 등 3명의 후보가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주주 출석률 81.0%에 찬성률은 90.1%를 기록했다. 의결권 대비 72.9% 수준이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존 리우, 로버트 맥긴, 마가렛 빌슨 후보는 모두 떨어졌다.
이어 진행된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잡음 없이 모든 주주의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의장은 폐회를 선언하자 세 명의 변호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쁘게 회의장을 벗어났다.
'주총 결과 및 과정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변호사는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향후 엘리엇의 추가 요구, 주주제안 원칙' 등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변호사들도 빠른 걸음으로 퇴장했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현대차와 엘리엇 간 갈등은 사실상 끝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한 주주들의 거부가 확인된 만큼 향후 엘리엇이 현대차를 상대로 공세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대차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진입과 사외이사 혁신 등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향후 경영 안정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 [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
- [새판 짜는 항공업계]비상 날개짓 이스타항공, 더딘 경영정상화 속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진에어, 한진칼 통합 LCC 주도권 ‘이상무’
- 체급 키우는 에어부산, 펀더멘털 약점 극복
- [새판 짜는 항공업계]슬롯 지키기도 버거운 이스타항공 '영업적자' 감수
- 티웨이항공, 장거리 딜레마...3분기 이례적 손실
- [CFO Change]기아, 내부 출신 김승준 상무 CFO 발탁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부회장 부활' 성과보상 특급열차 다시 달린다
- [현대차그룹 인사 풍향계]'혁신·파격·미래' 2018년 대규모 인사 데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