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해리포터에는 사악한 마법사 볼드모트가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웬만해선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 사람'(You-Know-Who) 또는 '이름을 불러선 안 되는 사람'(He-Who-Must-Not-Be-Named) 정도로 호칭할 뿐이다. 누구나 알지만 이름조차 감히 꺼내기 힘들 정도로 두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금기(禁忌)는 바이오 업계에도 존재한다.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줄기세포는 사기'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이를 활용한 산업이라곤 화장품과 마스크팩이 거의 전부다. 우리가 줄기세포를 터부(taboo)시하면서 일본이 기술 우위를 점한 건 예고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IPO를 앞둔 바이오기업들은 증권신고서에 3~5년 뒤의 장밋빛 이익 전망을 적어낸다. 지금은 적자지만 앞으로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사항'이다. 물론 상장 후에도 오랜기간 흑자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실'은 아무도 입밖에 내놓지 않는다. 발행사, IB, 투자자 모두 모른 체하고 넘어갈 뿐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적자만 지속될 회사를 상장시키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갑작스레 바이오 진출을 선언한 비(非) 바이오 상장사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는 것도 금기시되는 부분이다. 본업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주가 부양 외에 다른 목적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진정성(?)을 가지고 신약 개발에 나섰다는 데 굳이 초를 칠 필요는 없다. 베팅에 대한 책임만 오롯이 투자자의 몫으로 남기 마련이다.
금기의 끝판왕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중인 신약 개발 업체들이다. 바이로메드, 신라젠, 에이치엘비, 제넥신 등은 여타 바이오 회사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지만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수 많은 '개미'들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대박을 위해 지난한 세월을 견디는 중이다.
이들 기업에 쌓인 판돈만 수조 원에 달한다. 바이오 업계 인사들이 여기에 대한 섣부른 언급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가 물어봐도 그냥 '쉬쉬'할 뿐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지금의 핫한 바이오 시장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는 '동업자'들의 위기감도 느껴진다. 어쩌면 주식게시판의 험한 댓글만이 상황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내 바이오 회사 관계자는 "만에 하나 기대를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시장이 이들을 매도해선 곤란할 것"이라며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신약 개발을 끌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공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늦어도 연내에는 하나의 '금기'라도 깨지지 않을까. 벌써 1분기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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