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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주성분 몰랐다는데…해명 되짚어보니 [인보사 판매중단 논란]③미국 임상용과 국내 시판용 제조 시설 달라…성분 다른 것으로 최종 결론 나면 파장 커

강인효 기자공개 2019-04-05 08:23:10

[편집자주]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논란이 제기되며 국내 판매와 미국 임상이 중단돼 바이오 업계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자칫 바이오 산업 전반에 불신을 줄 우려까지 제기된다. 인보사 논란의 주요 쟁점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4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이 자체 개발한 '인보사'는 유전자 치료제로서는 세계 최초로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인보사는 국산 29호 신약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약 허가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이기도 하다.

코오롱티슈진의 계열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7년 국내서 허가를 받으면서 인보사는 개발에 착수한 지 20여년 만에 상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보사는 최근 주성분 변경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악의 경우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에도 노출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코오롱티슈진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임상 단계까지 사용해온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최근에 고도화된 검사법을 통해 검사해보니 다른 성분으로 드러난 데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무려 20년간 신약의 주성분을 제대로 모르고 상업화까지 이뤘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기존해 인식했던 주성분 중 하나의 명칭이 바뀐 것일 뿐, 성분 자체의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는 개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첨단 치료제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동종유래 연골세포(Human Chondrocyte·HC)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인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ransgene Chondrocyte·TC) 2액'을 3대 1의 비율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문제가 된 인보사 주성분은 2액이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인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기 위해 보조적으로 주입하는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GP2-293 세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임상 3상을 승인받아 진행하던 중 인보사의 주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단기염기서열반복(STR)' 검사를 실시했다. 미국 임상 3상에 사용되는 인보사는 현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바이오릴라이언스가 생산하고 있다. CMO 업체는 여러 고객사의 세포주를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세포가 섞여 있는지 확인해 인보사의 주성분인 세포가 동일한지 검증한다.

STR 검사 결과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29일 인보사 주성분 중 2액이 한국에서 인보사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음 날인 3월 30일에는 FDA와 코오롱생명과학에 이 사실을 통지했고, 3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제조 및 판매 중지를 코오롱생명과학에 요청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자발적으로 인보사의 유통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연골세포인 줄 알았는데, 이번 STR 검사 결과 신장세포로 확인된 셈이다.

인보사는 2액인 형질전환세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연골세포에 삽입할 TGF-β1 유전자를 신장세포(GP2-293 세포)를 사용해 생산한다. GP2-293 세포는 유전자 치료제용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다. 연골유래세포와 신장유래세포인 GP2-293 세포는 세포 분화에 따라 연골과 신장이라는 위치의 차이만 있을 뿐 형질전환세포는 TGF-β1가 무릎 관절강 내 잘 분비되도록 하는 전달체 역할을 한 뒤 자연스럽게 사멸한다.

인보사 셀뱅크 현황_20190403(수정본)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인 '형질전환세포'가 하나의 일관된 세포은행으로부터 생산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보사의 '마스터 셀 뱅크'는 미국에 위치한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하고 있다. 인보사의 주성분(세포)은 마스터 셀 뱅크에서 의약품에 사용하는 원료인 세포주를 꺼내 '워킹 셀 뱅크'에서 의약품으로 제조된다.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생산한 인보사의 워킹 셀 뱅크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인보사의 워킹 셀 뱅크는 다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국내 상업화를 진행하기 위해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세포주를 사들여서 전임상과 임상을 진행했는데, 이 단계에서의 워킹 셀 뱅크는 마스터 셀 뱅크와 같았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상업화를 위해 인보사를 생산한 워킹 셀 뱅크는 중국 우시엠텍이다.

동일한 마스터 셀 뱅크에서 나온 원료인 세포주로 만든 의약품이 워킹 셀 뱅크에서 제조되는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식약처 검사 결과 미국 임상용 인보사와 국내 판매용 인보사의 주성분이 다른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 최악의 경우 국내 허가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개발 초기인 지난 2004년 2액인 형질전환세포를 분석해 유래 세포를 파악하기 위해 개그(Gag) 유전자와 폴(Pol)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음성으로 나왔는데, 이는 곧 GP2-293 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시엔 인보사의 2액인 형질전환세포를 연골유래세포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올해 최신 유전자 검사법 중 하나인 STR 검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나왔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초기 개발 때부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인보사에 사용된 세포(주성분)에 변화가 없으며, 단순히 해당 세포 자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명찰을 잘못 달아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측의 해명은 식약처 조사 결과 이후 확정된다. 단순히 명찰을 달리 단 것으로 판명난다면 파장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국내 판매용 인보사의 성분이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면 허가 명칭 변경 등으로 조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스터 셀 뱅크와 워킹 셀 뱅크의 제조 과정이 다른 만큼 세포주가 달라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

식약처 측은 "인보사 2액인 형질전환세포는 GP2-293 세포를 통해 생산되는데, 이 세포로부터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해 연골세포에 삽입한다"며 "이 과정에서 분리·정제가 미비해 신장세포의 일부가 혼입돼 당초 만들려던 연골세포를 신장세포로 대체하게 됐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국내 판매용 인보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4월 15일쯤 검사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라며 "필요시 별도로 국내 자체 검사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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