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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잃자 달라진 풍경…강한 조직이 필요하다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⑪대외활동 마비에 사업·대관 모두 '약화'…사업지원TF 역할 한계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18 08:15:34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삼성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곤혹을 겪었다.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국회 각기 위원회 소속 정당 위원들이 다양한 사안들을 두고 앞다퉈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최고위 임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외쳤다. 국감에선 흔한 풍경이긴 하다. 하지만 이전 같으면 현업 임원 정도 증인을 요청했을 사안까지 최고위 임원을 부르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삼성의 움직임은 소극적이었다. 기업은 통상 대외협력 부서가 국감 등 주요 이슈를 담당하며 대응책 등을 모색한다. 삼성도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내 대외협력 부서가 존재한다. 다만 삼성 대외협력 구심점 역할은 미래전략실이 해왔다. 국회 대응 업무는 그룹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이같은 대응이 늦기도 했고 대응 인사들의 급(직책)도 낮아졌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80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정부의 염원에 부응하듯 역대 최다 규모의 투자 발표가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인도 노이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한 직후였다. 무거운 분위기를 보였던 정부와 마침내 해빙 무드가 형성되는 듯했다. 이 부회장이 정부 인사들도 못하는 '경제 외교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평까지 쏟아졌다.

정확히 같은 시기, 계열사 삼성생명은 금융당국과 소송을 시작했다.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 A 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 씨는 삼성생명으로부터 즉시연금을 받지 못했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내 보험금 일괄 지급 권고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삼성생명 소송은 정부 권고에 정면대응한 일이 됐다. 핵심 계열사가 정부를 상대로 전혀 상반된 대응책을 내놓았다.

미전실이 해체된 지난 2년 동안 삼성이 보여준 풍경들이다. 소위 '관리의 삼성'이라 불렸던 과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룹 각 계열의 의사결정을 한데 모아 이루고, 또 특정 사안을 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이전과도 확실히 다르다. '1등 기업' 삼성의 변화를 마치 지침서처럼 받아들이며 뒤따라온 대기업 관계자들은 의아함을 가졌다. 결론적으로 미전실 같은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비롯된 혼란이자 불편함이었다.

미전실 조직도

미전실 존재 당시에는 '과도하게 힘 있는 기구'에 대한 삼성 내부의 불만이 더러 있었다. 이병철 명예회장 시절 탄생한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을 거쳐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가며 삼성그룹 내 절대적 권력 기구로 자리했다. 미전실은 삼성 모든 의사결정 과정의 집합체였다. 현업에서 올린 아이디어가 미전실 판단으로 틀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반대로 미전실이 내린 업무는 즉시 처리해야 하는 불문율도 있었다.

미전실이 사라진 지금은 또 다른 불만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당국과 협의를 해서 진행해 나가야 할 사업안도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당장 사업부 직원의 능력보다 기관 사람들을 잘 알고 접근할 수 있는 능력,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며 "과거 미전실이 있던 시절에는 사업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룹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더러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식의 의사결정은 거의 쉽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전했다.

삼성은 미전실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규모 TF 3개 부서를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에 만들어뒀다. 이 중 가장 중추적 역할을 맡은 곳은 삼성전자 내 사업지원TF다. 미전실에서 인사팀장을 맡았던 정현호 사장이 사업지원TF장을 맡아 50명 가까운 임직원을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과 삼성생명(금융경쟁력강화) TF는 사실상 각기 분야 사업에 주력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사업지원TF는 옛 미전실과 견줘볼 때 역할 한계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각종 사업안을 진행하는데 필수적 영역으로 볼 수 있는 대외활동이 지나치게 약하다. 설상가상 대외활동 부문을 보완해줄 수 있는 조직도 미전실 해체와 발을 맞춰 축소됐다. 과거 미전실과 함께 대외업무에서 합을 맞췄던 상생협력센터 대외협력팀은 7명에 달했던 임원이 현재 3명 수준에 불과하다. 미전실 해체와 동시에 대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내부 기류에 맞춰 이룬 변화다. 이는 삼성이 지난 2년 동안 국감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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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미전실 같은 조직의 설립이 아직까지는 부담이란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마저 미전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건 결국 대외 창구가 없다 보니 당국에서조차 소통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지적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시점에 미전실 같은 기구를 만들게 되면 사회적으로 다시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당국이 별 다른 도움도 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 창구만 만드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예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전실처럼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눈초리다. 지배구조 정리, 승계구도 완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을 눈앞에 두고 있고 현 상태의 사업지원TF란 조직 만으로는 이를 모두 소화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업지원TF의 역할 확대, 혹은 대외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 기능의 강화라도 이뤄야 한다는 평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실제 이를 위한 미전실 일부 역할 부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어떤 경우든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최종 결정될 오는 5월 이후에야 이를 최종 결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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