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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디지털화, 브로커리지 한계 벗어난다" [thebell interview]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리서치 전용 홈페이지 구축

구민정 기자공개 2019-05-27 14:00: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리포트=공짜'는 공공연한 공식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장시간 분석해 작성하지만 별도의 대가는 없다. 일례로 최근 KB증권 리서치센터는 베트남 경제를 주제로 리포트를 발간했다. 국내 애널리스트와 베트남현지법인에서 일하는 현지 애널리스트가 함께 몇 달에 걸쳐 쓴 100쪽이 넘는 리포트였다. 하지만 며칠 뒤 타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똑같은 내용의 리포트를 냈다. 베낀 게 분명했다. '고소, 고발, 소송'이란 말이 오가고서야 해당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사과를 하고 리포트를 내렸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리서치업계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리포트 유료화는 당장 어렵더라도 불법유통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간 리서치 수입으로만 100만 달러를 넘게 벌어들이는 미국, 홍콩, 싱가폴 해외독립리서치 기관을 연구했다. 그 스터디 결과물이 최근 탄생했다. 'KB증권 리서치 전용 홈페이지'다.

◇ "서버 통합으로 리서치센터 주도권을 쥔다"

핵심은 리서치 자료들을 리서치센터 단일서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기존엔 리서치 부서에서 생산하는 자료들이 웹사이트,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등 각 서버에 흩어져있었다.

분산된 서버 체제 하에서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항상 걸렸다. 현대증권과 통합한 이후에도 각 서버에서 자료를 발간하는 시스템은 금융감독원 컴플라이언스를 최소한으로 맞추고 있었고, 통합 이전 구(舊) KB증권은 자체 서버를 쓰지 않고 서버를 아웃소싱하면서 관리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탄생한 '리서치 전용 홈페이지'는 분산된 서버들을 하나로 모은 결과다. 리서치 홈페이지가 자체 단일서버를 갖게 되면서 리서치부서에서 생산한 자료들을 온전히 리서치센터에서 총괄할 수 있게 됐다. 리포트가 나가기도 전에 매매가 이뤄지는 선행매매와 같은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센터장은 "전산단일화로 컴플라이언스 이슈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리서치 홈페이지가 발표하는 모든 게 정식 공표자료라는 합의를 만든 것"이라며 "센터가 주도권을 쥐다보니 리서치 자료를 어떤 포맷으로 활용해서 배포할 지도 스스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KB증권 '리서치 디지털화(Digitalization)'의 첫발로 자평한다. '디지털 혁신'은 KB증권이 지난해부터 본사 차원에서 적극 밀고 있는 어젠다다. 리서치 디지털화 역시 조직 내 전폭적인 지지덕에 가능했다. KB증권은 지난 2016년 현대증권과 통합 이후 윤경은·전병조 대표 시절부터 리서치 부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 센터장은 리서치 분야 기획부터 가능한 차장 직급 IT 전문인력을 5년 전부터 영입해 함께 일해 오고 있다. 이번 리서치 홈페이지에서도 다양한 IT 기반 서비스를 구현했다. 투자자들은 챗봇 '리봇'을 활용해 리포트 내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고, 의견개진 등 쌍방 소통을 할 수 있다. 또 관심 자산, 국가, 업종을 설정해놓으면 관련 리포트가 발간됐을 때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서 센터장은 "타사에서도 탐내는 인재라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웃음). KB금융그룹에서 실시한 챗봇 경연대회 1등을 차지했을 만큼 실력있는 직원인데, 이뿐만 아니라 리서치센터에 대한 사내 직간접적인 지원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전사 영업지원으로

'리서치 디지털화'를 시작한 KB증권 리서치센터는 향후 리서치 비즈니스 모델을 '전사 영업지원'으로 설정했다. 과거처럼 브로커리지 위주가 아니라, 증권사 내 모든 부서 사업에 리서치 부서가 제 역할을 하겠다는 것. IB 영업부터 ETF·ELS 발행까지도 리서치부서가 매칭되는 식이다.

서 센터장은 "리테일 직원들이 자사 리서치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그들이 리서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리서치를 얼마나 활용하는 지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타부서 직원들이 주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리서치센터도 적극적으로 바뀌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전사적인 지원을 포부로 내건 데는 KB증권 리서치센터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인원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증권사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리서치 디지털화로 자동화 수준이 높아지면 최소 수준의 인원으로 리서치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KB증권 리서치센터엔 83명이 근무중이다. 적은 인원에 비해 리서치 수준은 항상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브로커리지를 맡긴 증권사에 대해 평가할 때 100점 만점 중 30점 가량을 리서치 역량에 할당해 매기는데 KB증권 리서치 부서는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리서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KB증권 브로커리지를 쓴다는 후문이다.

서 센터장은 "리서치 부서를 비용부서라고 하지만 우리는 퀄리티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리서치 부서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사내에서도 불만이 별로 없다"며 "센터 구성원들도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실력 있는 리서치가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 목표는 '백투베이직(back to basics)'이다. 분석을 통한 정확한 시장 예측과 기업 밸류에이션을 보장하는 리서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매수(sell) 리포트만 넘쳐나는 국내 증권업계에선 상당히 고무적인 발상이다. 이를 위해 씨티그룹 출신의 장재철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난 2017년 영입했다. 장 연구원을 중심으로 매크로(거시경제) 부문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리서치 서비스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원에서 요구하는 통제장치인 내부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박희운 전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을 최근 영입했다. 이 내부심의위원회를 통해 리스크 프리미엄과 관련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분석해 기업 밸류에이션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서 센터장은 "리서치 고민은 어떻게 계속 확장해나갈 것이냐는 건데 이를 위해 매크로팀이 백본(backbone·중추)이 돼야한다. 대체투자 리서치로도 인력을 충원해 그룹 내 탑매니징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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