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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이커머스에 던지는 교훈 [thebell note]

양용비 기자공개 2019-06-05 09:26:55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대 초반,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억할 만한 패션사이트가 있다. 힙합퍼와 무신사다. 이 가운데에서도 무신사에선 일주일에 한 번 홍대·강남·이태원 등 '핫'하다는 곳에서 직접 찍은 일반인 패션 피플의 스냅사진을 구할 수 있어 인기였다.

당시 무신사는 패션 정보의 장이었다. 일반인 패션 피플의 스냅샷을 보고 궁금한 상품이 있으면 즉각 무신사 사이트 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이렇게 무신사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패션 커뮤니티 1번가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피플에게 무신사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무신사에서 패션 피플로 지정한 인물이 일약 일반인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으니. 최근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인물의 조상은 사실 무신사에서 배출한 인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배정남, 반윤희 등이 대표적이다.

2001년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42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에는 1조원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입점된 브랜드만 3200여개가 넘는다.

무신사의 성공은 큐레이팅에서 찾을 수 있다. 무신사는 패션피플 스냅사진, 특이한 패션 브랜드 입점 등 고유의 콘텐츠로 무장했다. 2001년 커뮤니티 개설 이후부터 무신사 플랫폼은 줄곧 '상점'의 개념보단 '재미가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해 왔다. 고객들이 무신사에 방문하는 이유도 상품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콘텐츠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콘텐츠를 구경하기 위해 무신사에 모인 사람들은 점차 충성 고객으로 변해갔다. 무신사가 크게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판을 만들어 놓으니 저절로 고객이 모였다. 큐레이팅이 성공한 셈이다.

'초저가' 경쟁에 목메는 이커머스업계가 무신사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잘 된 큐레이팅은 충성 고객을 만들지만, 단기적인 초저가 판촉은 '뜨내기 손님'만 양산할 뿐이다. 플랫폼 콘텐츠에 '재미'라는 요소가 가미되면 더 이상 네이버에 판촉비를 써가며 고객을 현혹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무신사의 업력은 20년에 가까워졌다. 10년이 채 안된 이커머스 3사보다 선배다. 선배가 보여준 '큐레이팅의 힘'은 어쩌면 후배에게 남기는 보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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