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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우버', 서울의 '타다'

길진홍 벤처중기부 부장공개 2019-06-10 07:27: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5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CES(세계가전전시회) 출장을 다녀온 이들은 종종 당시 겪었던 택시 불편을 얘기한다. 국제행사의 도시 출국장에서 쏟아지는 외국인 방문객, 택시 승차장에 끝없이 이어진 대기 행렬, 기다려도 잡히지 않는 택시.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쳐다보지만 미국이 자랑하는 ‘우버'를 찾을 수 없다. 불과 3년 전 광경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우버가 상륙하면서 택시난이 일부 해소됐다. 공항 주변에서 방문객들이 우버택시를 기다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도심에서도 우버택시가 활개 한다. ‘우버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언뜻 우버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 하지만 상황은 좀 복잡하다. 택시노조의 강력한 로비로 호텔 정문에 아직 우버택시가 주차하지 못한다. 공항에서도 렌터카 대여 장소까지 걸어가야 우버택시를 만날 수 있다. 초행자들은 장소를 찾지 못해 ‘웨이팅피'를 날리기도 한다. 공항과 호텔을 비롯한 도심 전역에 따로 마련된 ‘우버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내에서는 종종 대형 택시회사가 고용한 사설 경호원을 볼 수 있다. 방탄조끼를 두르고 허리에 권총을 찬 경호원들이 우버존을 이탈한 우버택시를 몰아내기도 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 내릴 일이다.

사실 라이스베이거스 택시노조는 미국 전역에서 강성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가장 늦게 우버가 상륙한 지역이 바로 라스베이거스다. 여전히 택시 업계의 목소리가 크고 이용률도 택시가 월등히 높다. 우버존은 그 이상의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다. 혁신과 전통, 기득권과 신흥 자본 경계에 우버존이 있다.

2019년 6월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렌터카를 이용해 운송영업을 하는 ‘타다'에 대한 불법영업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SNS를 통해 타다를 이끄는 이재웅 대표가 각계 인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혁신은 무엇이고, 전통기업의 생존은 무엇인가. 변화를 지켜보는 우리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가지 분명한 건 구매자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저렴한 택시를 탈지', '좀 더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된 택시를 탈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자본의 논리로 경쟁력을 잃은 전통 택시를 몰아내고 타다가 그 자리를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최소한 라스베이거스처럼 형식적으로 ‘타다존'을 두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타다 논쟁은 택시 업계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정부가 부르짖는 혁신산업 운명과도 연계된다. 이미 새로운 산업 모델로 무장한 새싹들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번 해결책은 그 선례가 된다. 길게는 우리 유니콘 기업의 운명과도 연계된다. 그 끝에 '혁신과 일자리의 공존'이 있다. 머리를 맞대고 모범답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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