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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 에이치엔티 무자본 M&A '성공'? [오너십 시프트]⑥주식 담보로 투자금 전액 충당, 자율주행 테마로 주가 급등 수혜

박창현 기자공개 2019-06-13 10:52:06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2일 10: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자가 자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에이치엔티 최대주주에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엔티는 지배구조 변동 후 자율주행 테마주로 각광 받으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주식 가치가 오르자 한국전자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투자금을 전액 대출받았다. 완벽하게 무자본 M&A에 성공한 모양새다.

한국전자는 최근 에이치엔티 보유 주식 300만주(20.79%)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차입 금액은 180억원이며, 담보제공 기간은 올해 8월 말까지다. 채권자는 '주식회사 일이'다. 한국전자가 담보제공 종료일까지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하면 담보 주식이 모두 채권자 측에 넘어간다. 물론 최대주주 지위도 넘어간다.

한국전자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대출금액이다. 대출금액 180억원은 한국전자가 에이치엔티 경영권 지분을 사면서 지불했던 투자금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전자는 지난달 기존 최대주주였던 코아시아 측으로부터 에이치엔티 경영권 지분을 해당 금액에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전자는 취득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M&A 투자금을 모두 충당했다. 자기자본 없이 매매 대상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거래를 성사시키는 '무자본 M&A'가 이뤄진 셈이다. 무자본 M&A는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무리한 외부 차입으로 시세조정 등의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무자본 M&A가 가능했던 것은 에이치엔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M&A 거래가 처음 발표된 올해 2월만 해도 에이치엔티 주가는 4500원 안팎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수자 측이 지난 달 에이치엔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테마주로 각광을 받았다.

에이치엔티는 M&A 거래 직후 주주총회를 열고 △3D 정밀지도 시스템 구축과 △자율주행 센서 개발 △자율주행 시범지구 구축 △차량 인프라 AI 개발 △인구이동 빅데이터 AI 개발 등 자율주행 관련 사업 14개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또 경영진도 대부분 IT와 기계 공학 전문가들로 채웠다. 캐나다 부총리를 지낸 장 샤레(Jean Charest)와 티에리 모린(Thierry Morin Valeo) 전 발레오(Valeo)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시장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주가 역시 급등했다.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면서 주가가 1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전자는 주당 6000원에 에이치엔티 지분을 취득했다. 180억원을 주고 산 주식이 수 개월만에 시가 430억원 짜리 자산이 됐다. 자산 가치가 높아지자 한국전자는 손쉽게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다. 한국전자는 코스닥 주식담보 인정 비율 40~60%에 준해 대출 계약을 맺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미 주가가 급등해 가치가 높아진 탓에 주식담보 인정 비율을 감안해도 투자금을 충당하고 남을 만큼의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출 계약으로 설정된 금액은 270억원에 달해 한국전자는 추가로 90억원을 더 대출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담보권이 실행되더라도 90억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국전자의 주식담보 대출 실행이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금 규모에 비해 한국전자의 외형과 재무구조 등 기초체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는 최근 사업연도(2018년) 기준으로 자산 총액은 12억9800만원, 자본금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은 44억원, 당기순이익은 690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전자가 금융권이 아닌 특정 기업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는 점에서 해당 채권자 역시 M&A 계획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며 "담보제공 종료일에 채무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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