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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국내 첫 '직접운용' 해외주식펀드 존폐기로 [Fund Watch]'해외주식펀드=재간접형' 선입견 지운 펀드, 한달만에 2천억 흡수…금융위기 이후 자금 '썰물'

김수정 기자공개 2019-06-17 13:00:0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3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4년전 내놓은 국내 최초의 해외주식 투자 펀드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설정 당시만 해도 재간접형 해외펀드밖에 없던 국내 펀드시장에서 '직접 운용하는 해외주식펀드'라는 차별성이 먹혔다. 해당 펀드는 출시 1개월 만에 2000억원을 흡수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금이 급격히 빠지면서 현재 운용규모가 1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 들었다.

1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증권투자신탁1(주식)' 설정액은 7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2억원이 환매되면서 12년째 설정액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 설정액과 수익률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 펀드는 일본 이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저평가 주식에 자금 60% 이상을 투자하는 환오픈형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이 직접 운용해 출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이는 국내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해외주식 펀드를 만든 첫 사례다. 이보다 앞서 국내시장에 나온 해외펀드들은 모두 국내 운용사가 해외 유명 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이었다.

최초 설정 당시엔 미래에셋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이 이 펀드를 운용했으나 현재는 홍콩법인이 위탁운용을 하고 있다. 책임운용역인 라울 차다(Rahul Chadha) 홍콩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중심으로 현지 매니저들이 운용한다.

벤치마크(BM)는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의 선별된 우량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아시아퍼시픽 지수(MSCI AC Asia Pacific ex Japan Index)다. 최근 결산일인 올해 2월23일 기준으로 자금의 95.37%를 주식에 넣었다. 국가별 투자비중은 중국(47.02%), 한국(17.42%), 타이완(9.04%), 인도(8.34%), 호주(7.26%), 홍콩(7.16%), 싱가포르(2.60%), 마카오(1.18%) 등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에 주목해 이 펀드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중국, 인도, 대만 등의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성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당 펀드를 기획한 주된 이유다. 설정 당시 미래에셋은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기업이익 대비 주가수준이 30%가량 낮게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출시 직후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회사(주식)'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회사(주식)' 등 주식형펀드를 딛고 미래에셋 주가가 한창 올랐던 시기였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2001년 7월 설정돼 반년 만에 42.47% 수익을 냈다. 아시아퍼시픽스타 설정 직전인 2004년 말 기준으로 디스커버리 펀드의 1년·3년 수익률은 각각 13.25%, 94.50%에 달했다. 인디펜던스도 마찬가지다.

이에 미래에셋이 새로 론칭한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에는 개인 투자금이 물밀듯이 유입했다. 출시 1개월 만에 설정액이 2000억원에 육박했다.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했다. 2005~2007년 3년 동안 연수익률이 각각 13.78%, 27.77%, 38.04%에 달했다. 2007년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00%를 바라봤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자금 이탈이 시작됐다. 2008년 한 해에만 37.47% 손실이 났고 누적 수익률은 20%대로 낮아졌다. 2007년 말 1473억원이던 이 펀드 설정액은 2008년 1243억원, 2009년 712억원, 2010년 390억원 등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수익률은 비교적 단기간 회복됐다. 2008년 24.76%까지 떨어졌던 누적수익률이 2009년 90.17%로 높아졌고 2010년 112.15%를 기록하며 100%대를 넘어섰다. 2008년을 비롯해 4개년을 제외하고는 지속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시작된 자금이탈 추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면 이 펀드는 소규모펀드로 지정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펀드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성과와 관계 없이 소외되는 펀드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주식펀드를 직접 운용하려면 현지 리서치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국내에서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펀드 수가 많아지면서 운용성과와는 무관하게 관심을 덜 받는 펀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금 이탈과 무관하게 지금까지처럼 펀드를 운용할 방침이다.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성장성을 낙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해결 가능성과 미국 금리정책 완화적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아시아 증시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시장 조정 이후 대형 가치주들의 벨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만큼 선별적으로 종목을 발굴해 투자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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