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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역마진 우려…중수익 투자처 물색 '난관' [초대형IB 발행어음 3파전]4%대 수익 찾기 난항…사모·고위험 투자 확대 가능성

전경진 기자공개 2019-06-18 15:07:45

[편집자주]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 중 3곳이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발행어음 수탁금을 활용해 국내외 알짜자산에 직접 투자를 하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올해 연5%의 수익률을 약정하는 특판 상품까지 공격적으로 출시한 이유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서 무리한 수신금리 약정이 부담이 되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커져 역마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대형 IB 성장의 발판에서 뜨거운 감자로 전락한 발행어음 영업의 현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4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대형 투자은행(IB)들간 발행어음 판매 경쟁이 불 붙었다. 연 5% 대 발행어음 특판 상품까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당장 발행어음 수탁금 활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판 물량을 제외해도 최소 연 4%대 투자처를 찾아야 역마진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저금리 시장 상황 속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

최근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은 역마진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금리 인하가 경기 하강 신호로 간주되면서 안전자산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수탁금은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이라 무작정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 알짜 투자 자산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연 5%대 발행어음 등장, 고객 확보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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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기 기준

KB증권은 지난 3일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 3번째 단기금융업인가 하우스가 되면서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판매 첫날부터 연 5%의 수익률을 약정한 '특판' 상품까지 쏟아냈다.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통상 2%초중반대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는 셈이다.

국내 1호 발행어음 판매 하우스인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보다 한발 앞서 특판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지난달 2일 연 5%대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발행어음 판매 라이선스)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신규 고객 유치에 맞불을 놓았던 셈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월 5%대 특판 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언제든지 고객 확보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판단할 경우 특판 상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지는 딜소싱 고민, 최소 연 4% 수익처 찾아야

당장 '발행어음 판매 3파전'이 시작되면서 증권사간 투자 자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에서는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적어도 투자 자산의 수익률이 연 4%대에 달해야 역마진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 발행어음 금리가 연 2.3~3% 수준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수신 금리보다 높은 투자 자산을 찾아내야 하는 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인 만큼 투자 안정성도 감안해야하는 점은 딜소싱에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일명 '중수익-중위험' 딜 찾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가령 주식 투자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현재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안전 자산인 채권에 시장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조차 연 4%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 물량을 찾기 힘들다.

통상 금리 메리트가 있다고 여겨지는 A급 기업의 회사채 금리만 봐도 알짜 투자 자산 확보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12일 KIS채권평가 기준 A0 등급 기업의 3년물 공모채 금리기 연 2.258%에 불과했다. A급 회사채 3년물 금리가 발행어음 수신금리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BBB급 이하 기업 회사채의 경우 주요 투자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공모채 시장에서 BBB급 기업 수는 10%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IB업계 관계자는 "특판 상품의 경우 연 5% 수익률을 약정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투자처는 현재 부동산 PF정도가 언급되는 정도"라며 "부동산 PF도 중순위, 후순위 투자에 나서야 역마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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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위원회

금리 인하 가능성, 투자 자산 확보 부담 가중

금융당국은 발행어음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한정해뒀다. 시장에 일명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발행어음 판매금의 50%를 기업금융에 선제적으로 써야한다.

기업금융 자산도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 대출, 발행시장 지분 투자, A급 이하 회사채 등이 그 대상들이다.

문제는 현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행어음을 활용해 연 4%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자산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경기 하강의 신호로 읽힌 탓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시중 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알짜 자산을 찾기도 힘든 데다가 매입 경쟁까지 심화된 형국이다.

가령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언급되는 것이 회사채다. 하지만 BBB급 기업 공모채의 경우에도 현재 연 3%대 금리로 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한화건설(BBB+)은 3년물 회사채를 연 3.24% 금리로 찍어낸 바 있다.

이에 시장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위험자산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한다. BB급 기업의 사모 회사채에 대한 투자나 대출(신용공여) 가능성도 언급된다. 하지만 기업금융 실무자들조차 이들 기업의 건전성을 측정할 정보가 부족해 투자심의 자체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수탁금을 활용해 해외 대체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이나 인프라의 경우 실질적인 현장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해외 대체 투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이유다.

시장 관계자는 "초대형 IB들에게 발행어음 수탁금은 쉽게 조달해서 사용할 수 있는 투자금이지만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이 한때 발행어음 판매를 일시 중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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