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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일본보다 대우조선해양 합병 우려하는 공급사들인수합병에 공급망 바뀔까 노심초사

구태우 기자공개 2019-07-17 08:30:57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6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공급망이 외생변수로 인해 변화되는 모양새다. 동국제강은 조선용 후판의 수익성 악화로 공급 물량을 줄이고 있고, 한국조선해양과 합병 후 주요 부품의 공급선이 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본의 수출 규제보다 인수 합병에 따른 공급망 변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 조선업의 국산화 비중은 90%를 넘은 데다, 수출규제 여파가 일본의 조선 기자재 업체까지 확장될 경우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는 1년 이상 무리없이 선박 건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조선업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합병으로 시야를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 양사가 합병할 경우 최대주주가 KDB산업은행에서 한국조선해양으로 바뀐다. 글로벌 1위와 2위 조선사가 합병하면서 양사의 사업구조 변화도 뒤따를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까지 더해질 경우 양사의 주력 선종이 바뀔 수 있고, 이에 따른 공급망 변화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선박 블럭 업체 현대힘스와 압축기 제조사인 현대중공업터보기계를 매각한 게 한 예다.

시장에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 이후 불거질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돌고있다. 대우조선해양과 공급사들은 이번 합병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제조원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조선용 엔진이다. 조선업의 제조원가에는 자재비와 노무비, 기타 경비들이 포함돼 있다. 매출원가의 40% 가량을 자재비가 차지하는데, 엔진과 후판 순으로 원가가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용 엔진은 HSD엔진(옛 두산엔진)이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STX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용 엔진을 제조해 납품하는데, 물량은 많지 않다.

HSD엔진은 지난해 2300억원에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지배기업이 두산중공업에서 사모펀드로 바뀌었다. HSD엔진 매출의 31%(1584억원)가 대우조선해양에서 나왔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503억원의 매출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에 합병되면 엔진 공급사가 바뀔 수 있다.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는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엔진사업부의 생산실적은 매년 감소세다. 지난 3년 동안 29.9% 줄었다. 현대중공업이 생산한 엔진이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에 탑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양사의 이번 합병에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공급업체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용 후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납품하고 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중국 업체들도 조선용 후판을 납품하는데 비중은 크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선가와 철강사별 후판 시세 등을 고려해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철강사가 후판값을 인상할 경우 일본과 중국산 후판의 물량을 늘리는 식이다. 동국제강이 2017년부터 조선용 후판의 물량을 줄이면서 여타 업체의 물량이 늘고 있다. 국내 철강사는 철광석 등 원자재값이 올랐는데, 조선업 불황으로 제품가에 반영을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동국제강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조선용 후판의 생산 물량을 줄였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가는 동국제강 후판 비중은 5% 미만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가는 선박 샤프트는 두산중공업이 맡고 있다. 선박 샤프트는 선박 하단부에 들어가는 주요 기자재다. 연료의 폭발로 생긴 동력을 샤프트를 이용해 프로펠러 축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크랭크용 샤프트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블록 업체와 기자재 업체들도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맡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조선업계의 관심을 덜 받지만,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공급업체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대우조선해양 납품업체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 인수로 대우조선해양 공급업체까지 바뀔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주 매출처인 공급업체들은 적잖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인수 합병으로 인한 공급업체 변경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 중 대부분이 한국조선해양과도 거래를 하고 있다"며 "(인수 후에도) 기존에 있는 협력업체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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