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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푸조그룹의 전문경영인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8-19 08:02:3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SA(PSA Peugeot Citroen)의 전신인 푸조는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 차량을 생산했던 회사다. 2차대전 때 시트로엥과 마찬가지로 나치에 비협조적이었어서 국민적 호감도 높다.

이 회사는 나폴레옹 시대인 1810년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커피그라인더와 자전거 제작 사업으로 출발했다. 푸조의 상징인 사자 로고는 1858년에 상표로 취득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처음 제작한 해는 1890년이다. 가족들 간 불화로 두 개의 회사가 운영되다가 1910년에야 통합되었다.

20세기 초반에 프랑스의 자동차산업은 미국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작았다. 자금력이 부족해서였다. 푸조도 친척이나 친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고 은행을 불신했다. 국내에서도 자주 들리는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뺐는다'는 말은 푸조가 처음 한 말이다. 이 점은 르노도 마찬가지였다. 은행은 가급적 멀리하려고 했다. 은행들도 자동차회사가 자금이 풍부하면 욕심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로 푸조는 가족기업으로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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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도 피아트의 경우와 비슷하게 유능한 전문경영인들을 많이 맞이하는 행운을 누렸다. 푸조는 외부에서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을 발굴해서 쓰는데 능숙했다. 전설적인 전문경영인 모리스 조당(Maurice Jordan, 1899~1976)이 가장 좋은 예다. 조당이 없었다면 푸조는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푸조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러나 조당은 아이아코카가 포드패밀리에 한 것과는 달리 한 번도 푸조패밀리를 넘어서려고 하지 않았고 언제나 가족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1976년에 푸조는 미쉐린이 가진 지분 53.2%를 넘겨받아 시트로엥을 인수했다. PSA가 탄생했다. 시트로엥의 부진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PSA는 1978년에 제2차 오일쇼크로 위기에 처했던 크라이슬러유럽을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물론 채무도 같이 인수한 것이다. 크라이슬러유럽은 1967년에 프랑스의 심카, 영국의 루츠, 스페인의 바레이로스가 합병해서 탄생했던 회사다. 그러나 이 M&A의 결과로 PSA의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2012년에 PSA는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M과 제휴를 맺었다. GM은 7% 지분을 취득해서 푸조패밀리에 이어 PSA의 2대 주주가 되고 양사는 플랫폼 공유 등을 통해 연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3년에 GM은 지분을 한 투자회사에 처분해버렸다. 2014년에 중국의 둥펑자동차와 프랑스정부가 각각 약 13%를 취득하면서 자금을 지원했다. 여기서 푸조패밀리 지분이 25%에서 14%로 낮아졌다.

이후 일련의 구조조정을 통해 PSA는 부채비율을 낮추었고 2015년에는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GM으로부터 오펠과 복스홀을 인수했다. 말레이시아의 프로톤과 영국의 로터스도 인수하려고 했으나 중국 지리자동차에 밀렸다.

2014년에 PSA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둥펑자동차와 프랑스 정부의 투자지만 그해부터 PSA의 CEO인 포르투갈 출신 타바레스(Carlos Tavares)의 역할이 컸다. 구조조정에 성공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잘 자리 잡아 모처럼 PSA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PSA에 오기 전에 타바레스는 르노의 COO였다. 고전하던 닛산을 살려낸 것으로 유명하다. 닛산 회장으로 간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에 이은 2인자였다. 곤과는 포르투갈어로 자라고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스피드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바레스는 본인이 카레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야심적이어서 겨우 네 살 차이인 곤의 CEO 자리를 물려받고 싶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회사에서 물러났다. PSA에게는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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