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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상상황, 긴장 늦출수 없어요" [은행 트레이딩 현장] 환리스크 우려 불구 타격 제한적, 주식비중 사전에 조절

손현지 기자/ 이은솔 기자공개 2019-08-19 08:09:55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기는 풍년, 저기는 흉년." 외환 딜러가 트레이딩 부서 풍경을 보면서 농담섞인 어조로 내뱉은 말이다. 같은 은행 딜링룸 공간 속 FX(Foreign Exchange Market)팀이나 이자율파생상품 운용부서, 포트폴리오부서 간 상반된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우대국가) 제외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여파로 외환시장과 유가증권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금리리스크와 환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 외국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환율은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으며,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일 연저점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우리 자금시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를 기자들이 방문했다.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직원 대부분은 모니터에 집중하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스왑거래 수요 폭주, 수익 짭짤한 채권운용팀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가 위치한 여의도 더케이(The-K) 타워의 4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출입문을 들어설 때 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국민은행(자본시장부, 파생상품영업부, 투자증권운용부) 직원이, 오른쪽으로는 KB증권(파생상품영업본부, 에쿼티파생영업부, S&T 지원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두 곳의 계열사는 서로의 시장 뷰를 참고해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 나간다고 했다. KB증권(200명), 국민은행(100명) 직원이 4~5층 사무실을 일종의 콜로케이션 방식으로 공용하는 체제다.

왼쪽편 국민은행 딜링룸으로 들어서자 전면에 가장 먼저 큰 전광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광판을 배경으로 중앙에는 자본시장부 소속인 FX팀과 대기업영업팀이 마주보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외환 딜러들은 보합세에 접어든 환율 흐름에 일제히 안도감을 표했다. 코스피도 소폭 반등에 성공하며 한숨을 겨우 돌리게 된 것이다.

유한종 국민은행 자본시장부 수석전문역은 "연초 전망과 달리 기준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최근 환율이 무서운 기세로 급등하고 있다"며 "이미 환율 1250원 상단까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까지만 해도 12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직후 1223.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9일 1210.5원으로 떨어지며 보합권에서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자본시장부 구역 딜러들의 손놀림은 분주했고 한 테이블 당 8개가 넘는 모니터를 번갈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빨간색, 파란색 그래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2시 50분쯤 기업영업부서쪽에서 한 딜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34만불 셀!"

그 딜러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바로 옆에 있는 FX부서 직원들에게 호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어떤 기업에서 수출입 등의 이유로 매도 의사를 밝힌 모양이다. FX부서 딜러들이 주문을 받자 모니터의 포지션(외환매입액과 매도액의 차액)이 바뀌었다. 순간순간의 클릭이 모두 실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딜러들의 눈빛도 신중해보였다. 장마감 전까지 양 부서가 서로 대화하고 전화하는 공조체계가 지속됐다.

김우석 자본시장기획부 팀장은 "비상대책회의가 수시로 열리고 있어서 딜러들이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다"며 "일분 일초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환 딜러의 책상에는 뜯다 말은 햄버거와 음료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큰 외환변동성, 주식운용 손실…비중 적어 영향은 '미미'

찬찬히 둘러보니 딜링룸에서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여유가 넘쳐보이는 듯 하면서도 긴장감이 서려있는 듯한, 그야말로 극과 극인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중앙부서가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양사이드는 비교적 한산한 느낌이었다.

딜링룸 왼쪽으로는 채권을 운용하는 투자증권운용부와 금융공학팀(퀀트)가 자리잡고 있었고 오른쪽 구역에는 이자율파생운용팀, 머니마켓, DCM, 외화증권팀이 배치돼 있었다. 딜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중앙부서의 FX부서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것에 비해 다소 여유로웠다.

국고채 전문 딜러(Primary Dealer)인 길광수 이자율파생운용 팀장은 "지금같이 금리인하 시기에 채권 실적은 좋다"며 "이자율도 양호한 편인데 특히 원화IRS(이자율스왑)나 달러IRS 등 이자율 장외파생상품과 스왑옵션의 실적이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딜러들은 모니터를 통해 각종 경제지표를 꼼꼼히 주시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한국은행 금통위가 지난달 금리를 1.5%까지 인하했지만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관측이다.

한 딜러는 "일본과의 관계,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국내총생산(GDP)와 잠재성장률 하락 폭 등도 주시하고 있다"며 "우스갯소리처럼 들릴 수 있으나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SNS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체 유동성자산을 관할하는 직원은 "최근 금리하락 기조에 따라 NIM은 하락, 주식운용 손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지만 KB의 경우 채권비중이 커 오히려 비이자수익이 좋은 편"이라며 "채권 매도를 하면 매매익 영향으로 평가손이익이 늘어나 회계상 자본과 비이자수익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시장변동성이 큰 탓에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수익증권 포지션을 대폭 줄였다. 김 팀장은 "외환 변동성이 크면 딜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크게 배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은행은 그렇게 투기성으로 운용하지 않고 안전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선호한다"며 "한 번에 큰 수익 얻기보다는 조금씩 수익을 쌓아가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외환 시장에서도 큰 리스크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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