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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례적 입장문에 담긴 의미 이재용 부회장 대법원 파기환송에 공식 사과…최악 경영환경 속 오너십 부재 우려 표명

김장환 기자공개 2019-08-30 08:12:16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9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횡령죄 재판이 진행된 지난 수년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과에 대해선 즉각적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원심을 깨고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 측에 제공한 마필과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봐야 한다며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삼성전자는 곧바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고 위기를 극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이전과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자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일부 쟁점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변론을 하고 결과가 유리하게 나올 수도 있다.

총수일가의 재판과 관련해서는 재판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사측 공식 입장으로는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동안의 삼성전자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과문'에 가까운 공식 입장을 서둘러 내놨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입장문을 발표한 이면에는 다양한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 자리가 다시 공석이 될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와중에 일본과 한국 무역마찰로 사업 전반에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소재를 수출 규제 품목으로 삼았다. 이에 더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하면서 1200여개 전략 물자 수입이 어려운 시장 환경을 조성해뒀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 경제를 선도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공격하기 위한 보복성 무역 조치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선두에 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선 소극적인 행보만 보이던 이 부회장은 한일 경제 갈등 상황 속에서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복귀한 뒤에도 적극적 경영 참여는 피해왔다.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거리를 뒀던 핵심 이유다. 등기임원이었지만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종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이사회 참여가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었던 탓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 등만 챙기는 사실상 '외교적 역할'에 주력했다.

최근 들어 일본과 무역마찰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의 행보도 달라졌다. 일본의 반도체·IT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난 6월, 곧바로 일본으로 출장을 떠난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규제를 탈피하기 위한 해법 마련을 직접 모색했다. 또 귀국 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생산공장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이 이전과 달리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양상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오너십을 임직원들에게 보여주지 않고서는 위기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적극적 경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또 견뎌내야 하게 됐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이례적인 입장문을 내놓은 사유 중 하나로 해석된다. 결과를 서둘러 내려달라는 어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외풍에 크게 흔들렸던 삼성전자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인고의 시간을 더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2016년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되면서 지난 3년여 동안 각종 수사를 받았고, 2017년에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는 사태를 맞았다. 바로 직전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마저 해체했다. 사실상 '그룹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사업지원TF 등 3개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이를 대체하도록 했지만 미전실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로도 지속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좀처럼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현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오너가 재차 자리를 비우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각종 투자 계획도 적극적인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과거 세계 시장 1등 휴대폰 기업이었다가 한 순간에 무너진 노키아 사례마저 언급되고 있다. 시장과 약속한 수백조원대 투자 약속도 지지부진 미뤄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적어도 향후 1년여 동안 오너십의 부재 상황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부회장의 적극적 경영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에서 파기환송심 선고를 내리면 대법원은 재차 이에 대한 심리 및 선고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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