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6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자 주주나 가족 주주는 일반 주주들에 비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장기투자 주주에게 제도상의 우대가 있다면 경영권의 안정과 경영권 승계가 수월해질 것이고 가족경영도 지속 가능해 진다.비단 경영권 안정과 승계 차원에서 뿐 아니라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장기투자는 일반 주주들의 경우에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착한 자본'의 속성에 장기투자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경영자는 장기투자 주주를 우대해야 하고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학계와 회사법학계에서 널리 확립된 명제다. 미국의 판례법이기도 하다. 이 명제로써 경영자들은 단기실적주의자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방어한다. 장기투자 우대는 각국 정부의 제도개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투자 주주들에 대한 우대 장치는 다양하다. 장기투자 주주에게 이익배당을 많이 해 주거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이나 워런트를 지급하는 사례가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몇몇 회사들이 장기주주들에 대한 추가배당 제도를 도입했다. 장기투자 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해 주는 회사도 있다. 세제 혜택도 고려된다.
장기투자 주주들에게 복수의결권을 인정하는 것도 장기투자 주주들에 대한 우대에 포함된다. 발행 시부터 주식에 복수의 의결권이 부착되는 것이 아니고 정관에서 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보통주에 복수의 의결권이 인정되게 된다(이를 ‘Time-Phased Voting,' 또는 TPV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TPV는 미국과 프랑스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
주식의 보유기간에 비례해서 의결권을 복수로 부여한다는 것은 단기투자자는 기업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투자자를 우대해서 장기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통상적인 생각에 기초한다. 이 생각에 따르면 기업 경영자의 의무도 단기적인 주가상승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수익의 시현이다.
장기투자 주주는 충성도라는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호의적인 대우를 받는다. TPV는 주주민주주의의 이념과도 일치한다는 시각이 있다. 통상적인 형태의 차등의결권제도와는 달리 TPV 아래서는 지배주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모든 주주가 정해진 조건 하에 동등한 대우를 받을 뿐 아니라 동등한 기회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투자자 우대는 국내에서 그것이 제도화될 경우 재벌총수와 가족들에 대한 우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장기투자자를 우대하자는 서구에서의 논의는 주로 연기금, 보험회사인 기관투자자들이 장기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에게 TPV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다. 일부 재벌총수들이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어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있지만 그를 제외하고 본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에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점은 기관투자자들과 같다.
장기투자자인 기관들에게 정치적, 재무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면 기관들이 주주총회와 기업지배구조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도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기관들은 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단기투자자이기 쉬운데 장기투자주주 우대는 그 문제도 바로 잡을 수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행동주의 주주들이 TPV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행동주의 주주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를 표방하고 회사 경영의 장기적인 비전을 요구하는 주주들이다. TPV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